3년간 모은 용돈으로 ‘달걀 기부’ … “게임기 못 샀지만 후회는 안 해요”[대한민국 어린이대상]

인지현 기자 2023. 7.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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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을 먹고 싶으면 닭 다리 모양 과자를 먹고, 사이다를 먹고 싶을 땐 사이다 맛 껌을 먹고 이렇게 조금씩 절약한 용돈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했어요."

지승 군은 지난 2021년 어린이날에 게임기를 사려고 3년간 모았던 용돈 50만 원을 '달걀 기부'를 하는 데 사용하면서 주변에 잔잔한 감동과 함께 기부 도미노를 불러온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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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어린이대상 - (2) 작지만 통큰 기부천사 육지승 군
평소 아버지따라 봉사활동 다녀
치킨 대신 닭다리 과자 먹으며
용돈 모아 장애인 시설에 전달
방송 출연해 받은 상금도 저금
“친구도 날 따라 마스크 기부
쑥스럽지만 무척 자랑스러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3회 대한민국 어린이대상’ 수상자인 육지승 군이 3년간 모은 용돈으로 산 ‘기부 달걀’을 들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치킨을 먹고 싶으면 닭 다리 모양 과자를 먹고, 사이다를 먹고 싶을 땐 사이다 맛 껌을 먹고… 이렇게 조금씩 절약한 용돈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했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제3회 대한민국 어린이대상’ 어린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경북 칠곡군 왜관초 5학년 학생 육지승(11) 군. 지승 군은 지난 2021년 어린이날에 게임기를 사려고 3년간 모았던 용돈 50만 원을 ‘달걀 기부’를 하는 데 사용하면서 주변에 잔잔한 감동과 함께 기부 도미노를 불러온 주인공이다. 사회단체청년협의회 칠곡군연합회 등 봉사단체에 몸담은 아버지를 따라 매년 사랑의 연탄 배달, 독거 노인 돕기 등의 봉사활동을 다녔다는 지승 군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어려움을 겪은 이웃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기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결국 지승 군은 게임기 사는 것을 포기하고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맥반석 달걀을 사 칠곡군장애인복지관에 전달했다.

지승 군이 지난 22일 아버지와 함께 경북 문경의 수해 현장을 찾아 흙으로 덮인 도로를 치우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지난 2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사실 기부 직후에는 게임기를 가질 걸 그랬나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다”며 웃은 지승 군은 “하지만 기부를 받은 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지승 군의 달걀 기부가 알려지면서 대한양계협회에서 표창장과 20만 원 상품권을 지급하고, 칠곡군청의 한 직원이 게임기도 선물했지만 지승 군은 다시 그만큼의 기부금을 모아 주변에 되돌려줬다. 지승 군은 달걀 기부 후 용돈이 현재 일주일에 5000원에서 1만 원으로 늘어났는데 “4000원은 직접 사용하고 6000원은 기부금으로 모으고 있다”고도 했다. 또 달걀 기부 소식이 화제가 돼 출연하게 된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블럭’에서 탄 상금 100만 원도 고스란히 모아 기부금으로 적립해놨다. 2021년 11월부터 그렇게 꼬박꼬박 모은 돈이 어느새 200만 원 가까이가 됐다고 한다.

지승 군은 무엇보다 주변에서도 기부에 동참한다는 사연이 이어진 것이 가슴에 크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지승 군은 “같은 반 친구 중에 내 기부를 보고 자신도 마스크를 사서 기부했다는 친구도 있다”고 자랑했다. 특히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어린이대상은 어린이들이 직접 후보를 선정, 투표한 결과여서 수상의 기쁨이 남달랐다. 수상과 관련해서는 “기분이 좋은 게 제일 크지만 친구들 앞에 서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며 웃었다. 지승 군의 기부는 실제 지역사회 기부 물결로 이어졌다. 지승 군의 기부 사실이 알려진 후 감동을 받았다며 아기 돌 반지를 판 돈으로 라면 15박스 상당을 칠곡군에 기부한 사람도 있었다. 지승 군이 출연한 TV 프로그램 출연자가 소식을 듣고 프로그램 상금 전액을 기부한 적도 있었다.

지승 군은 기부뿐 아니라 한 달에 1∼2번씩 아버지와 함께 직접 봉사에 나서기도 한다. 5세 무렵부터 아버지를 따라 봉사활동 현장에 다녔다고 한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섰던 무더운 22일에도 지승 군은 경북 문경의 수해현장에서 피해 현장 복구 작업을 돕는 데 한창이었다.

지승 군은 다음 기부금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이 될 무렵까지 용돈을 모아 에티오피아에 직접 가서 기부금이나 물품을 전달하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지승 군이 사는 칠곡군은 6·25 전쟁 때 활약한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어서, 매년 열리는 ‘낙동강 세계평화문화 대축전’ 등의 계기로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지승 군은 “나중에 커서는 시민들을 지켜주기도 하고 나쁜 사람들을 찾아내기도 하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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