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물질 제거해 증상 늦추는 ‘꿈의 신약’… 1년 투약비 3500만원 달해[Who, What, Why]
‘레켐비’이어 ‘도나네맙’ 개발
인지기능 저하 27~35% 늦춰
알츠하이머 정복 기대감 고조
2028년 6조원 시장 창출할듯
초기환자에만 효과있어 ‘한계’
임상과정 뇌부종 등 부작용도
치매의 원인질환이면서 불치병으로 여겨지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정복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식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내놓은 데 이어 FDA 승인 신청을 한 상황이다. 치료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치매 질환 영역에서 이들 신약이 창출할 시장 규모가 6조 원을 넘는다는 추정이 나온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들 치료제의 부작용 논란과 초기 치매 환자에만 한정된 효과, 값비싼 비용 문제 등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치매 치료 서막 열리나…현재까지 성과는 =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임상 효과를 입증하고 이달 초 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20년 만에 허가받은 최초의 약물 치료제다.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18개월 동안 2주마다 레켐비를 투약한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약 5개월(27%)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가 늦춰졌다. 기억력, 문제 해결 등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18점 인지 척도’에서 레켐비 투약 환자들이 위약(僞藥) 투약 대조군보다 점수 하락 폭이 0.5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레켐비가 환자에게 도움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테레사 부라키오 FDA 의약품 평가 연구센터 국장대행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확인했다”며 레켐비 허가 배경을 설명했다.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도 현재 FDA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업계에선 “인지 저하 지연효과가 레카네맙보다 높아 정식 허가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치료제는 1736명을 대상으로 한 76주간의 임상 3상 시험에서 위약 대비 인지력 저하를 35%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와 75세 이하 환자에게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일라이릴리의 존 심스 박사팀은 최근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실었다.
두 신약의 기전은 비슷하다.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찌꺼기)에 작용하는 방식으로 인지 저하를 늦춘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의 신경세포 외측에 축적돼 신경세포에 독이 되는 단백질 덩어리다.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는 일반인과 달리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많이 쌓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는 뇌 신경세포 기능을 방해하고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을 생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레켐비는 플라크 생성 전에 아밀로이드에 작용해 플라크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도나네맙은 존재하는 플라크를 제거한다. 지금까지 나온 치매약이 증상을 억제하는 쪽에 가까웠다면, 두 치료제는 증상의 원인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치매 치료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8년까지 레켐비와 도나네맙의 예상 매출액은 각각 3조9000억 원,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한계도 명확 평가…신약 사용 시 주의점은 = 의료계에선 레켐비와 도나네맙의 한계와 주의점이 분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레켐비에 앞서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첫 번째로 개발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2021년 긴급 치료를 위한 조건부 신속 승인을 받았지만 통상 승인에는 이르지 못했다. 아두헬름은 효력 논란에 휩싸인 데다 안전성 우려까지 제기돼 사실상 의료 현장에서 외면받았다. 레켐비와 도나네맙도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환자에게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아, 처방 대상이 사실상 초기 경증환자로 국한된다는 지적이 있다. 증상이 악화해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들은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길 라비노비치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SF) 알츠하이머연구센터 교수는 미국의학협회지에 게재한 글에서 “도나네맙의 경우 초기 단계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진행성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투약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27∼35% 늦추는 수준이어서 효과 자체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이건호 조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과학적으로 큰 성과는 맞지만, 실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일부 석학은 “두 신약은 치매 완치가 아닌, 진행 지연에만 효과가 있다”는 의견을 표하고 있다. 레켐비 1년 투약 비용이 2만6500달러로, 우리 돈 약 3500만 원에 달해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선 보험을 적용해도 1년 약값이 900만 원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왔다. 허가 전인 도나네맙 약값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레켐비에 못지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부작용 문제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레켐비는 투약자의 약 13%, 도나네맙은 약 24%가 뇌부종 혹은 뇌출혈을 겪었다. 두 신약 모두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FDA는 “뇌부종·뇌출혈 같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가장 높은 위험 경고인 ‘블랙박스 경고’를 내렸다. 레켐비와 도나네맙 모두 환자가 각각 2주, 4주마다 직접 병원에 들러 혈관 주사로 약을 맞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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