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더 문',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한국형 우주체험영화

강효진 기자 2023. 7. 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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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문\' 포스터. 제공| CJ ENM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눈이 짜릿한 최첨단 비주얼과 지나치게 익숙한 감동 서사의 아이러니한 조합이다. 극장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인력의 'VFX'(시각 특수효과)와 밀어내는 척력의 '신파'가 벌이는 팽팽한 접전 속 관객들은 어떤 가치에 손을 들어줄지 궁금해지는 '더 문'이다.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황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2029년에서 2030년, 근미래에 우주강국이 된 대한민국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유인 달 탐사선을 발사한다. 5년 전 뼈아픈 실책으로 막대한 비용과 대원 셋을 잃었던 한국 우주센터는 절치부심으로 '우리호'를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태양 흑점 폭발 사고로 우주에서 두 명의 대원을 사고로 잃는다. 홀로 남은 대원 황선우는 달에 착륙까지 성공하지만, 결국 달 뒷면에서 조난을 당한다. 설상가상, 물리적으로 구조가 힘든 상황에서 독자적인 발사를 강행했던 대한민국은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에 요청한 구조 지원마저 거절 당한다.

지상에서는 황선우를 살려야만 하는 사람들의 간절함과 '달 뒷면'이라는 아득한 거리감이 주는 무력감이 뒤섞인다. 반면 달의 앞뒤를 오가며 극강의 정신력으로 생존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는 황선우의 고군분투가 관객들의 숨을 가쁘게 한다.

도경수, 설경구, 김희애 등 출연진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다. 그래픽 효과가 주가 되는 만큼 몰입이 힘든 조건에서도 극한 상황을 연기하며 인상적인 열연을 보여줬다. 산소 포화도와 우주선 압력까지 연기하는 도경수, 동시에 눈물 4방울을 떨어트리는 설경구, 눈시울 붉기까지 조절하는 김희애의 디테일이 다소 낯선 우주센터라는 공간을 현실로 한발 더 가깝게 끌어당긴다. 특별출연과 우정출연으로 활약한 이성민, 김래원도 인상적이다.

▲ 영화 \'더 문\' 스틸. 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관 입장권 가격이 부담스러울 만큼 오르고, 관객들도 더욱 까다롭게 관람을 결정하면서 도드라진 최근 관람 경향은 집에서 OTT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에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극장용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의 압도적인 모험담, 화끈한 볼거리, 한정된 공간을 활용해 시각과 청각을 압도하는 체험을 안겨줄 수 있는 작품들이 선호된다.

'더 문'은 그런 점에서 장점이 아주 명확하다. '체험'이라는 목적에는 올 여름 빅4 중 가장 적합하다. '신과 함께' 속 저승에 이어 '우주'라는 닿을 수 없는 공간을 그려내며 더 이상 어설프지 않은 한국형 우주 영화의 완성도 높은 결실을 보여준다.

특히 우주선 외부와 내부, 달 표면 등 황선우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상황들을 관객이 함께하는 것처럼 밀접하게 묘사한 점이 몰입감을 더한다. 덕분에 관객들도 황선우와 함께 월면차를 몰아 유성우를 피하고, 우주선 안에서 구르고, 호흡이 가빠오고, 발사 압력을 견디고, 낙하하는 짜릿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극장에서 겪어본 적 없는 한국 영화임이 분명하다.

황선우와 2시간의 물아일체를 위해서는 반드시 시야를 모두 덮는 '큰 스크린'과 우주 공간의 몰입을 깨지 않는 어두운 실내, 실감나는 사운드가 필수다. 이 경험은 극장 관객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다. 집에서 롤러코스터 영상을 본다고 기구를 탄 것처럼 흥이 나진 않듯, 우주 체험 영화도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몰입이 깨지기 마련이다. 가급적 더 큰 화면, 더 선명한 화질, 더 또렷한 음향이라면 그만큼 '더 문'을 향한 만족도도 올라갈 것이다. 특히 아이맥스나 돌비시네마관 관람을 강력 추천한다.

▲ 더 문. 출처ㅣCJ ENM

장점이 명확한 만큼 단점도 눈에 띈다. 보편적인 가치인 '인류애'와 '용서'를 테마로 하는 만큼 일명 '신파 감성'이 빠질 순 없다. 관객마다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원 구출 영화에 답은 구출 아니면 구출 실패 엔딩 뿐이듯, 전개에도 어쩔 수 없는 기시감이 있다. 구출 과정에서 안타깝게 실패하고, 극적으로 재도전하는 것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물론 김용화 감독은 이미 검증된 '이 장르'계의 프로페셔널이다. 뻔한 '사망 플래그'로 우리를 울릴 것을 알면서도, 이번엔 당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목 끝에서부터 차오르는 울컥함은 속수무책이다. 맨날 먹는 김치찌개도 잘 끓이는 집은 각광 받는다. 이번엔 김용화 표 우주맛 김치찌개다. 복잡한 용어 설명만 '상황이 심각하구나'하고 넘긴다면 스토리 이해도 쉽고 감정적 울림이 크다. '우주' 소재에 거리감을 덜어내면 남녀노소 온 가족이 보기에도 적합하다.

'더 문'에서는 달의 앞면과 뒷면의 의미가 확실하게 구분된다. 탐사 지역인 뒷면은 황선우가 조난 당한 지점이자 영하 160도에 유성우가 쏟아져 생존이 불투명한 구역이다. 반면 달의 앞면은 일말의 구조 가능성이 있어 황선우가 마지막으로 몸을 던져 도착해야 하는 희망적인 공간이다.

과연 관객들이 착륙하게 될 '더 문'은 달의 앞면일까, 뒷면일까. 최첨단 VFX와 실감나는 우주 체험이 표심을 잡을지, 그래도 또 보고 싶진 않은 뻔한 이야기가 발길을 돌릴지 8월의 관객들이 보여줄 선택이 주목된다.

오는 8월 2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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