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인터뷰>“술에 술탄 듯… 규정되지 않아 다양한 역 맡나봐요”

이정우 기자 2023. 7.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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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테이크가 오케이 날 때 가장 행복하죠."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정민(사진)은 정답만을 찾는 모범생 같았다.

매번 다양한 역할을 선보이다 보니 인간 박정민이 정작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생길 법하다.

박정민은 "오히려 정형화된 이미지가 없어서 다양한 역할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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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개봉 ‘밀수’… 배우 박정민
비열하지만 능글맞은 건달 역할
뻔한 캐릭터 대신 종횡무진 활약

“첫 테이크가 오케이 날 때 가장 행복하죠.”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정민(사진)은 정답만을 찾는 모범생 같았다. 모든 영화마다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이 찍은 영화는 민망하고 긴장돼 잘 보지 못하며, 인터뷰에선 거침없이 말하기보다는 질문의 의도부터 살폈다. 그런데 독립운동가부터 트랜스젠더, 반항기 있는 힙합 청년, 자폐를 앓는 천재 피아니스트까지, 그가 맡았던 역할은 하나같이 특이하고 범상치 않다.

박정민에게 “특이한 캐릭터만 찾아서 하는 것 아니냐”고 농을 치니 “절대 아니다”라고 손사래 쳤다.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 “시키는 대로 하니까 그런 것 같다”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좋게 말하면 유연해요. 말을 참 잘 듣습니다.”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에서 그가 맡은 ‘장도리’ 역시 하나로 규정되기 어려운 특이한 인물이다. 밀수에 뛰어든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그는 강하지 않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고, 비열하면서 비어 보이는 지역 건달 장도리 역을 맡았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도 영화가 진행될수록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박정민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근본이 없고, 눈앞에 보이는 자기 이익만 좇아서 자꾸 어긋난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며 “대놓고 빌런이 아닌, 능글맞게 나사 하나쯤 빠져 있는 악역이란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도리의 그런 면모가 갈수록 심해져 제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는 게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는 박정민이 연기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념을 깨뜨렸다. “100%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연기하기 힘들다”는 예전 인터뷰에서 했던 말과 달리 장도리는 그가 납득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박정민은 “그 말은 핑계였던 것 같다”며 “연기란 게 설득력 있다고 정답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사전에 철저히 캐릭터를 분석해 현장에 임했던 그의 방식 역시 류승완 감독의 현장 지시가 많아지면서 바뀌어 갔다. 권상사(조인성)와 장도리 일당의 결투 신이 대표적. 류 감독은 장도리가 보다 과장된 모습으로 나오길 원했고, 박정민은 현장에서 이뤄진 지시에 철저히 부응했다. 그는 “만화적으로 확 비틀어도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사전 준비를 덜 하겠다는 건 아니다. “준비를 안 해갔다면 감독님께 혼났겠죠. 준비 없이는 감독님 지시를 받아먹을 수가 없어요.”

매번 다양한 역할을 선보이다 보니 인간 박정민이 정작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생길 법하다. 그는 “영화를 찍은 지 10년 정도 됐는데, 시간에 비해 박정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 것 같다”며 “특정 이미지가 있으면, 대중에게 정확히 박정민이란 배우를 인식시킬 수 있는데, 그런 점이 부족한 걸 고민해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는 법. 박정민은 “오히려 정형화된 이미지가 없어서 다양한 역할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변함없이 연기하다 보면 세월이 알아서 해주겠죠. 하하.”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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