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중국서 사업하며 자유로운 화풍 펼쳐…다시보는 월북화가 임군홍
월북 화가 70년 만에 재조명
1930∼1950년대 120여점 소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기 보름 전부터 국전에 출품하려고 시작한 화가 임군홍(1912~1979)의 마지막 국내 작품이다. 그림을 완성하기도 전에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북한에 끌려가 30년 이상 존재가 지워졌다.
강남구 예화랑은 오는 27일부터 9월 26일까지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개인전 ‘화가 임군홍’을 열고 1930~1950년대 120여점을 선보인다.
임군홍의 둘째 아들 임덕진(75)씨는 25일 그림 속 어머니 품에 안긴 본인을 가리켜 보이며 “아버지가 떠난 후 명륜동 집을 팔고 이사나올 때까지 마루에 이젤 위에 그대로 서 있던 그림”이라며 “어머니처럼 내 품에서 절대 놓고 싶지 않은 작품”이라고 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중국 우한에서 광고 디자인 사업을 하며 서양의 다양한 사조를 자기식으로 소화하고 독학으로 자기만의 그림 세계를 펼쳤던 풍운아 화가 임군홍이 재조명되고 있다.
임군홍 유족은 어려운 가정형편과 연좌제 고통 속에서도 작가의 작품과 사진, 스케치 등을 고이 보관해 작가 연구의 기본을 갖췄다. 임덕진씨는 “식구들이 좁은 방에 몰아 지내던 시절에도 부친의 작품을 위한 공간을 따로 두고, 집을 구할 때도 작품 보관을 최우선했다”고 전했다.
어머니를 돕던 아들은 부친에 대한 그리움에 미술사를 공부하고 작품 한 점 한 점 연구해 왔다. 어렵던 시절 일부 그림을 팔아야했지만 목돈이 생기면 액자도 새로 짜고 국내 최고 복원전문가에게 훼손된 부분 복원도 맡기며 100여점을 보관해 왔다.
임군홍은 1984년 롯데백화점 롯데화랑 전시와 1985년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미술사가 김은혜는 “(유족 기증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처음 접한 임군홍 작품은 1930~1940년대 제작된 것으로 믿기 어려웠다”며 “베이징 풍경화는 특히 동일한 대상도 다양한 정조로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천단과 북해공원 등 같은 장소를 여러 차례 그리며 본인 감성을 투영하니 80년 세월을 거슬러 사뭇 현대적이다.
주변 인물을 주로 그렸던 임군홍은 둘째 아들이 태어나자 백일된 아이 얼굴과 영묘한 고양이 그림을 맞닿게 겹쳐서는 금칠을 한 고급 액자를 맞추고 걸어뒀다. 따스한 부정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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