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다소 색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카페 절반을 푸릇푸릇한 채소밭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스마트팜 카페인 올되다농장이다. 샐러드와 샌드위치에 넣는 초록 채소를 모두 매장에서 재배한다. 매장에서 수확한 채소를 가지고 샌드위치와 수경재배 식물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보고, 먹어볼 수 있어 한창 호기심이 많은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무더운 여름철 실내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면 올되다농장을 주목해 보자.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올되다농장. 도로변 건물 2층에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올되다’라는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글이 가장 먼저 보인다.
올되다는 열매나 곡식이 제철보다 일찍 익은 것을 가리키거나 나이에 비해 발육이 빠르고 철이 빨리 들었을 때를 말한다. 설명글 옆에는 규모가 꽤 큰 어항도 있다. 스마트팜답게 어항 위로 식물이 자라고 있다. 물고기의 배변을 이용해 키운다는 말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처음 본 풍경이 펼쳐졌다. LED 형광등 아래서 자라고 있는 채소가 손님을 반겼다. 생소한 광경에 메뉴를 주문하기도 전에 시설 구경부터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제 막 싹이 난 식물부터 수확 직전의 채소까지 수경재배로 키우고 있는 18종의 엽채류가 자라고 있었다. 흙 없이도 무럭무럭 잘 크고 있는 모습이 꽤나 신기했다.
잠깐 이건 알고 가자! 스마트팜? 수경재배?
◆ 스마트팜이란? = 스마트팜은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자동화시스템을 말한다. 실내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땅에서 작물을 키우는 토경재배와 달리 날씨나 계절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다.
장마, 가뭄 등 외부 환경의 변화가 전혀 문제 되지 않아 계획적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다만 씨를 뿌리고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과정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 재배가 어려운 작물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과채류, 엽채류, 다육이 등 다양한 작물을 스마트팜으로 키울 수 있다.
◆ 수경재배란? = 수경재배는 말 그대로 작물을 물에서 키우는 것이다. 물이 흙의 역할을 한다. 물론 물이 가지고 있지 않은 흙의 영양소를 공급해 주기 위해 양액을 넣어줘야 한다.
그래서 수경재배를 다른 말로 양액재배라고도 한다. 병충해의 80%가 흙 때문에 발생하는데 흙을 사용하지 않으니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흙 외에도 없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햇빛이다. 식물이 자라려면 광합성이 필요할 것 같지만 햇빛에는 자외선이 있어 오히려 채소를 억세게 만든다. 형광등으로 태양과 비슷한 색온도만 알맞게 맞춰도 충분히 잘 큰다.
보통은 작물 재배 전용 조명을 사용해 식물을 키운다. 하지만 올되다농장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백색 LED 형광등으로 채소를 재배한다. 알록달록한 전용 조명은 오래 보면 눈이 아픈데 LED 형광등은 부담이 훨씬 덜하다.
이곳에선 주로 샐러드를 만들 때 넣는 세 가지 채소를 주로 키운다. 로메인으로 많이 알고 있는 코르바나는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버터처럼 고소한 버터헤드, 단맛이 강한 카이피라까지 세 식물 모두 쓴맛이 거의 없다.
최근 올되다농장은 새로운 음료를 출시했다. 토마토와 바질을 넣은 토마토바질 에이드이다. 토마토바질 피자는 익숙하지만 토마토바질 에이드는 의외의 조합이란 생각이 들었다.
맛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상당히 상큼했다. 달콤한 사이다에 껍질을 벗긴 새콤한 방울토마토 그리고 향긋한 바질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이보다 더 신선할 수 있을까 주요 체험 재료는 매장서 재배
올되다농장엔 자부심을 가지고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랩 샌드위치와 수경재배화분 만들기 그리고 커피 체험이다.
특히 랩 샌드위치와 수경재배화분 만들기는 직접 해보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었다.
채소를 싫어하더라도 체험을 하고 나면 조금은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랩 샌드위치 같은 경우 매장에서 수확한 채소로 만들기 때문에 콘셉트도 맛도 신선했다.
커다란 토르티야에 채소와 고기, 삶은 달걀, 견과류 등 속 재료를 올리고 소스를 뿌려 예쁘게 접어서 먹는다. 랩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고기는 콩고기다.
콩고기 양념도 다 직접 한다. 비건 손님이 늘고 있어 트렌드에 맞춰 개발했다고 한다.
사과잼과 감칠맛 나는 콩고기 그리고 아삭한 채소까지 더해져 건강해지는 느낌이 제대로 났다. 1000원만 추가하면 일반 고기로 변경할 수 있다.
수경재배화분 만들기는 올되다농장에서 어떤 식으로 작물을 키우고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체험활동이다. 같은 체험을 여러 번 하는 손님도 늘고 있어 매번 작물 종류와 돌 색깔도 바꾼다.
작물 꽂이 틀에 작물을 끼우고 작물이 다치지 않게 돌을 조심조심 깔아준다. 그다음 준비된 수경재배 용기에 담으면 완성이다.
커피 체험도 할 수 있다. 원두를 핸드 그라인더에 넣고 간 후 직접 꾸민 포장지에 담는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랩 샌드위치와 화분 만들기는 두 가지 체험 다 해서 1만5000원이다. 커피 체험도 가격은 동일하다.
스마트팜 카페답게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는 닭가슴살 샐러드다. 정녕 1인분인가 싶을 만큼 양이 푸짐했다. 특히 채소의 단맛이 잘 느껴지는 점이 인상 깊었다.
드레싱 없이 채소만 먹으면 보통 떫은 맛이나 쓴맛이 느껴지는데 이곳의 채소는 처음 소개글에서처럼 쓴맛이 거의 없었다. 이 정도면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근용 올되다농장 대표 일문일답
- 어떻게 스마트팜 카페를 만들게 됐나.
▷ 처음에는 학교나 기관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시설 교육사업을 했다. 그러던 중 교육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스마트팜 시설에서 재배한 작물을 가지고 샌드위치와 차를 만드는 프로그램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 일반 대중들에게도 선보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카페까지 열게 됐다.
- 올되다 농장만의 자랑이 있다면.
▷ 샐러드다. 차별화한 샐러드를 맛볼 수 있다. 올되다농장의 샐러드는 꾸미지 않는다. 채소 자체로 좋은 맛을 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샐러드에 올라가는 토핑도 대부분 직접 양념하고 요리한다. 샐러드드레싱 역시 천연 감식초로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양도 푸짐해서 샐러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내세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는 바로 체험이다. 매장에서 수확한 채소로 만드는 랩 샌드위치, 수경재배화분 만들기 등 체험 거리가 다양하다. 아직은 단체 대상 프로그램이 더 많지만 개인 손님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치즈 만들기 체험을 곧 개시하려 한다. 수경재배화분 만들기에서 심은 인삼이나 바질을 한 달 동안 잘 키운 다음 매장에 가지고 오면 그 재료를 가지고 치즈를 만드는 체험활동이다.
- 올되다농장을 운영하며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다면.
▷ 일주일에 4~5번 방문하는 50대 단골손님이 있다. 건강 문제로 하루 한 끼만 먹는 분이다. 하루의 유일한 끼니를 여기서 해결하는 것이다. 토핑 하나 안 남기고 다 드시는데 샐러드가 참 맛있고 든든하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늘고 있어 뿌듯하다.
나 역시 샐러드를 통해 건강을 찾았다. 하루 두 끼를 샐러드로 먹으며 15㎏를 감량한 경험이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어떻게 여태껏 병원에 안 실려 왔냐고 할 정도로 높은 편이었는데 샐러드를 통해 정상 수치를 되찾았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 올되다농장을 가족 단위로 방문할 수 있는 카페로 만들고 싶다. 올되다농장은 세 가지의 사업 콘셉트를 가지고 시작했다. 체험, 교육 그리고 일반 소비자다.
단체나 기관을 대상으로 한 체험과 교육은 굉장히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 대상으론 아직 홍보가 부족한 편이다. 개인 소비자들에게 올되다농장이 더 많이 알려져서 가족 단위로 방문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