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분기 2조8821억원 적자···“저점 찍고 회복 국면”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메모리 업황 부진으로 올 2분기(4~6월)에 2조8000억원이나 손실을 냈다. 1분기(1~3월) 3조4000억원 적자를 고려하면 상반기 적자 규모만 6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분기 적자폭이 줄어드는 등 저점을 찍고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 2분기 영업손실이 2조8821억원, 매출은 7조305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6일 공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를 시작으로 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적자만 6조2000억원 수준으로, 하반기에도 적자 행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SK그룹 편입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던 1분기에 비해 2분기는 영업손실이 15% 줄었고, 매출은 44%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확대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프리미엄급 D램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HBM은 AI 서버의 ‘두뇌’ 역할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패키지로 묶여 공급된다. 고객사 엔비디아의 GPU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부가가치가 높다. 경기에 민감한 일반 D램에 비해 가격 변동 폭도 크지 않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제품인 HBM3를 시장에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HBM 외에도 일반 서버에 쓰이는 DDR5 D램, 모바일용 DDR5 D램 등의 판매도 늘었다고 SK하이닉스는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까지 가세한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효과도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업계 감산에 따른 영향이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분기를 저점으로 이제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중 분기 흑자 전환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3, 4분기에도 각각 2조원대, 1조원대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HBM3, DDR5를 제외하고는 D램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데다, 낸드 플래시는 시장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이는 메모리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미국 서버 시장이 위축된 영향이 크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당초 기대보다 크지 않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경기 침체 우려에 일반 서버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올해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AI 서버는 전체 시장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실적을 개선해 올해 적자 수준을 최대한 줄이면서 내년 회복기를 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부사장은 “(HBM3 등) 고성능 제품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적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제품인 10나노급 5세대(1b) D램과 238단 낸드는 올해 소규모 양산을 시작해 내년 시장 수요가 개선되는 시점에 맞춰 빠르게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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