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무력화’ 이스라엘, 내전 방불 대혼란... 안보 공백 우려
反정부 시위 격화에 물대포 진압
”김정은 같은 네타냐후”... 인공기 들고 시위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스라엘 집권 우파 연립정당들의 대법원 무력화 계획에 따른 갈등을 경고하고 나섰다고 CNN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논란 많은 이스라엘 사법시스템 변경 계획이 이스라엘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경제와 안보에도 상당한 타격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긴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위험이 상당하다”면서 “이는 이스라엘 경제와 안보 상황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이스라엘 의회는 24일 대법원이 정부 결정을 제지할 수 없도록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연립 여당 정당이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는 시민들의 분노를 불렀다.
노조와 기업들은 파업, 업무중단을 경고했고, 투자자들은 이스라엘 주식과 통화인 셰켈화를 내다 팔았다. 텔아비즈 35지수는 지난 이틀 5.2% 급락했다. 무디스는 이스라엘에 ‘헌정위기’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4일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등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두 도시에서 33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시위 주최 측은 성명을 내고 “이 싸움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라며 “결국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로 돌아갈 것이다. 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모든 이스라엘인이 영웅”이라고 밝혔다.
일부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의 처사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독재에 빗대며 ‘인공기’를 들었다.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한때 섬광 수류탄 사용까지 검토해 시위대를 분노케 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는 영국 ‘채널4′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이 현 정부를 불법으로 인식한다”며 현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했다.
80만명이 소속된 노동자총연맹(히스타드루트)은 총파업을 선언했다. 의사 노조는 하루 동안 의료 서비스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첨단 기술 기업 사이에선 다른 국가로 사업체를 이전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군 안팎에서는 예비군 수천명이 복무 중단을 선언하며 안보 공백이 현실화했다. 인구 912만명의 이스라엘은 예비군 40만명, 현역병 18만명 규모로 예비군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복무 거부를 선언한 예비군에는 공군 조종사 1000여명과 특수부대 소속 대원들이 포함돼 있다.
무디스는 이어 이스라엘에 명문화된 헌법이 없다는 점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헌법이 없다는 점 때문에 법원 판결과 사법시스템의 감시가 다른 나라보다 더 중요한 이스라엘에서 법원을 무력화하려는 행정부의 시도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재 광범위한 시위는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면서 관련 법안 모두가 통과되면 예비군들이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안보 역시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그러면서도 이날 이스라엘 신용등급은 A1에 ‘안정적’ 등급으로 유지했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4월 이스라엘 신용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3일 “이스라엘을 분열시킬 수 있다”며 법안 처리의 속도 조절을 촉구한 바로 다음 날 네타냐후 총리가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는 점에 불쾌감을 표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민주주의의 변화는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정부 기관 간 균형을 되찾고자 필요한 민주적 행위를 했을 뿐”이라며 “평화와 상호 존중을 위해 손을 내밀어 (야당에 합의를) 요청한다”고 국민 통합을 외쳤다.
네타냐후 총리는 두 번째 집권 중이던 2019년 11월 뇌물 수수, 사기 등으로 기소돼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의회 동의로 뒤집을 수 있는 이번 법안이 그의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24일 의회에서 전체 120석 중 네타냐후 정권의 극우 연정에 참여하는 64명 전원이 찬성해 법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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