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배까지 석권한 ‘경마여왕’ 김혜선···그의 시작점과 가족, 그리고 미래

배우근 2023. 7. 2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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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기수. 사진|배우근 기자


[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에서 대회 두 개를 석권했다. 그만큼 올해 활약상이 대단하다. 주인공은 바로 여성 기수의 선두 김혜선이다.

기록을 보면 ‘여자 경마 대통령’, ‘경마의 여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남녀가 동등하게 경쟁하는 경마에서, 여성 기수라는 점을 빼고 보더라도 출중한 기량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에서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김혜선 기수


김혜선은 23일 한국마사회 서울 렛츠런파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 장관배에서 우승했다. 경기 후반 선두권을 제치며 당당히 1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이날 우승으로 지난달 11일 열린 제26회 코리안더비 우승(국내 대상경주 첫여성기수 우승)에 이어 국산최고 3세마를 겨루는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에서 2경기를 석권했다.

김혜선은 ‘글로벌히트’와 대상경주를 연속으로 제패하며 우리나라 경마의 새 역사를 썼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우승한 김혜선 기수


그는 장관배 우승소감으로 “초반 견제로 뒤에 빠졌는데 길이 보일때마다 치고 나갔다. 이게 글로벌히트의 장점이다. 뒷심도 좋다. 직감보다 좋은 말인거 같다”라며 “지난달 코리안더비 우승은 예상 못했는데 이번 장관배는 말이 성장하며 어느정도 기대했다. 나도 일반경주를 포기하고 이번 대회에만 집중했다. 이를 꽉 깨물고 달렸는데 우승하고 해냈다는 마음에 소리도 질렀다”라고 반색했다. 김혜선과 글로벌히트의 다음 목표는 11월 대통령배 정상이다.

돌아보면, 절대 쉬운 길이 아니었다. 김혜선은 코리안더비 우승 소감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여성이라는 게 부각되기 보다 그저 기수로 불리며 ‘차별 없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같은 기량이라면 여성보다 남성기수에게 먼저 기회가 가는 작금의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밝힌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선은 2009년 데뷔이래 남다른 승부욕과 성실함으로 여성 최초 대상경주우승(2017년), 300승 돌파(2021년) 등의 대기록을 쌓으며 꾸준히 유리천장을 깨고 있다.

김혜선 기수. 사진|배우근 기자


그 과정에서 김혜선은 말을 힘으로만 타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말에 맞게끔 파악해 타야 한다. 나는 많은 말을 탔다. 좋은말 아닌말 가리지 않고 타면서 공부가 됐다. 여성이라는 점을 떠나 말의 특성을 빨리 파악하게 됐다. 말은 기계가 아니기에 성향을 정확하게 알아채 경주에 접목한다”라고 비결을 밝혔다. 세심함으로 무장해 좋은 성적을 낸다는 설명이다.

김혜선은 올해 여성 기수 승률 1위이고, 남성 기수의 성적과 비교해도 최상위급이다.

김혜선의 또다른 원동력은 가족이다. 남편 박재이는 후배 기수다. 박재이는 2019년 결혼 당시 승률이 5% 아래였지만, 매년 급성장하며 지난해 15.9%까지 올라섰다. 김혜선은 “남편 잘되는 게 내 공이 크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가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

그리고 김혜선은 경마 트랙에선 누구보다 당당하지만, 3살 아이 앞에선 마냥 엄마이고 싶다. 그는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엄마이면서도 아들에게 기대고 싶기도 하다. 바깥에선 경쟁하고 부딪히지만 집에선 아이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며 방싯했다.

2020년 김혜선은 출산과 육아로 잠시 말에서 내렸다. 일종의 경력단절.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게 그의 장점이다. 남편 박재이의 경기를 복기하며 꾸준히 조언했고, 이를 자신의 마인드 트레이닝으로 연결했다. 출산 후 다시 기승했을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김혜선은 복귀한 지난해 최다기승으로 악착같은 독기를 보였고 좋은 성적으로 결과를 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우승한 김혜선 기수


기수 김혜선의 첫 시작점은 어디일까.

가족 중에 10살 차이 나는 큰 오빠가 기수라는 직업을 알려줬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동생에게 소개한 것. 김혜선은 “동물을 좋아했고 운동신경도 있었다. 무엇보다 키가 작을수록 유리하다는 게 좋았다. 그만큼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 시험 보고 합격해 기수 양성소에서 후보생으로 2년간 훈련받았다”라고 밝혔다.

어느덧 여성 경마의 대표주자가 된 김혜선, 그는 후배들을 향해 “100승, 200승을 하고 300승은 안 올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타이틀이 늘어나면서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내야 했는데, 내 눈높이에 들지 않는 말을 타기도 했다. 그래서 우승 후엔 늘 슬럼프에 빠졌고 다시 극복했다. 후배들은 내가 달려온 길이 있으니 마저 달려오길 바란다”며 “나도 조금이나마 더 전진한 다음에 내려오겠다”라고 독려했다.

김혜선 기수. 사진|배우근 기자


김혜선의 다음 스텝은 조교사다. 올가을에 있을 조교사 시험에 도전할 예정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다. 훗날 조교사가 되면, 그의 도전은 새롭게 다음 결승선을 향해 시동을 걸 것이다. 물론 지금, 그리고 한동안은 트랙 위의 여왕 자리를 지킬 것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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