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소포'는 타이완 경유 통상 우편…"추적 조회 어려워"

전국을 혼란에 빠뜨린 수상한 국제 우편물이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을 조작하려고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마구잡이로 발송하는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이 지목되는 가운데 이 수법에 자주 사용되는 국제 우편 체계가 새삼 시선을 끌었습니다.

국내에 대량 발송된 국제 우편물이 당초 타이완발로 알려졌다가 중국에서 타이완을 단순 경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는 타이완 우정당국의 독특한 우편물 중개 시스템 '화전우'가 사용됐기 때문에 생긴 혼선이라는 것이 오늘(26일) 물류당국과 업계 분석입니다.

우리나라 우정사업본부에 해당하는 타이완의 중화우정은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화물을 영내에 반입하지 않고 X선 검사 등 간단한 안전 검사만 거쳐 제3국으로 발송하는 화전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경유 항공편이 직항보다 선택지가 많고 항공권값이 싸듯이 이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면 배송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알리 익스프레스 등 해외 배송이 많은 중국발 물류가 화전우 주 고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국내에 대량 발송된 우편물 봉투에 'CHUNGHWA POST'라고 쓰인 것도 화전우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발신지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은 실제 발신자 주소가 아니라 타이완 우체국 사서함 번호라는 분석입니다.

이 주소는 2020년 미국 정부가 브러싱 스캠으로 판단한 중국발 씨앗 소포 때도 사용됐습니다.

최근 국내서 대량 발견된 국제 우편물 겉면 라벨에서도 "중국에서 발송되며 내용물이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타이완을 통해 보내진다"라는 영문 설명이 발견됐습니다.

타이완 당국은 이 소포가 중국 선전에서 타이완으로 화물 우편으로 발송됐고 중화우정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러싱 스캠으로 의심되는 대량 우편물이 타이완을 거치며 혼돈을 준 것과 더불어 배송 기록이 남지 않는 '통상 우편'을 사용한 점도 발신자 추적을 어렵게 할 전망입니다.

국제 우편물은 편지, 인쇄물을 주로 보내는 통상 우편과 물품을 보내는 소포, 가장 빠르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국제특급(EMS) 3종류로 구분됩니다.

이 중 통상 우편을 통해 편지나 서류 외에도 2kg 이하의 작고 가벼운 물품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데다 배송 기록이 남지 않아 통상 우편이 브러싱 스캠 사기에 주로 사용된다는 분석입니다.

100g 미만 초 저중량으로 분류되면 비용이 가장 떨어지기 때문에 이쑤시개, 씨앗, 화장솜 등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한편, 우리나라 우정당국도 타이완의 화전우처럼 국가 간을 중개하는 환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러싱 스캠에 악용될 소지는 없다는 것이 우정사업본부 설명입니다.

우리나라를 거쳐 제3국으로 발송되는 우편 환적 서비스는 화전우와 달리 추적 조회가 가능한 EMS와 'K-패킷' 2종류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환적 서비스는 EMS 이용이 대부분이고, 옷, 신발 등 브러싱 스캠 내용물보다 훨씬 무거운 물품이 주로 발송된다고 우정사업본부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국내에 대량 발송된 국제 우편물이 사용한 주소가 해킹 등 범죄로 유출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는 수사당국이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우편물 발송자에게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무단 수집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