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틀’ 우정원 “못난이로 보여도 괜찮아..청순한 사람 되고싶다”[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배우 우정원이 ‘행복배틀’을 끝마친 소감을 전했다.
최근 우정원은 ENA 드라마 ‘행복배틀’ 종영을 맞아 OSEN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행복배틀’은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우정원은 “아직 실감이 안 난다. 11월에 리딩 했고, 꽤 오랜 시간 촬영했다”며 “너무 아쉬운 장면이 많다. 다시 한다 해도 그보다 뛰어나게 잘할 수는 없겠지만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극중 우정원은 평범한 은행원으로 하이프레스티지 아파트에 입성한 워킹맘 황지예 역을 맡았다. 황지예는 자신의 비밀이 담긴 오유진(박효주 분)의 USB를 빼돌리기 위해 강도준(이규한 분)과 거래를 했다가, 우연히 강도준이 오유진을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인물. 딸을 해하겠다는 강도준의 협박에 황지예는 공범자로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끝내 장미호(이엘 분)에 의해 모든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우정원은 황지예 캐릭터에 대해 “하드 워커라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남편이 해외에 있어서 혼자 일하면서 빠듯하게 생활을 꾸려나가며 아이를 케어하고 있는, 생활이 바쁜 여자다. 물론 실제 은행 VIP 창구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황지예는 과장되게 몸가짐이 흐트러지거나 화장을 제대로 안 한 모습이다. 또 항상 고개가 숙여져 있고, 자격지심을 가지고 엄마들 커뮤니티에서 눈치를 본다는 설정을 했다. 그래서 눈을 치켜뜨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거나 하는 부분을 많이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아마 다른 캐릭터에 비해 멋져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한 우정원은 “제가 의도한 부분이기도 하다. 엄마들 사이에서 밥을 먹을 때 혼자 유독 식탐을 부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본에서는 허겁지겁 먹는다는 묘사가 딱 한군데 있었는데, 나중에 엄마들 모임을 가다 보니 케이터링이 다 있더라. 그래서 계속 먹는 연기를 했다. 그런 모습이 찍히면 좋을 것 같아서 괜히 먹을 거 가져와서 미호한테도 주고, 다른 사람들은 집중하고 얘기하는데 혼자 먹는다거나 이런 걸 즉흥으로 연기했다”고 포인트를 짚었다.
다만 황지예는 유일하게 남편 캐릭터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우정원은 “아쉽긴 하다. 남편의 부재에 대한 대사와 장면이 딱 한 번 나온다. 정확하게 찍히지 않아서 어떤 분들은 ‘남편 없는 거 아니냐’, ‘이혼 한 거 아니냐’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아쉽긴 했지만 남편이 없는 것에 대해 특별한 설정은 안 했고, 저보다 아이를 꾸미는 데 더 신경 쓰고 부유한 무리에 아이를 어울리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특히 초반부부터 악역인지 선역인지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연출이 자주 등장한 것에 대해 그는 “저와 감독님의 의도가 섞였다. 감독님이 초반에는 범인이 누군지 시청자한테 혼동 주는 게 드라마상 재밌을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눈빛과 연기를 주문해주셨다. 그걸 듣고 연기를 한게 저의 스타일대로 녹아 나온 것”이라며 “눈빛 연기는 잘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다. 초반에는 제가 설정을 너무 많이 해서 감독님이 자제하라고 하시기도 했다. 눈을 너무 치켜뜬다거나, 거짓말할 때 과도하게 깜빡거린다거나, 말을 하고 있는데 눈이 묘하게 다른 곳을 본다거나 다양하게 설정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정원 역시 작품 중반부까지만 해도 황지예가 공범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그는 “처음엔 안 알려주셨다. 물론 미리 설정은 돼 있었지만, 배우가 알고 연기하면 재미 없을까봐 나중에 알려주셨다. 촬영 시작하고 2, 3달 지나서 5-6부를 찍고 있을 때쯤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알고 나서는 감독님이 초반에 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길 원하셨는지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진실처럼 하려고 노력했다. 제가 미호한테 두 번이나 비밀을 들키지 않나. 그걸 미호한테 어떻게 전달했을 때 설득력 있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작품 초반 오유진이 가지고 있던 황지예의 비밀은 그의 딸이 입양아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며 황지예가 강도준의 공범이라는 것 외에도 무리한 대출로 하이프레스티지 아파트에 입주했으며 이를 이용해 부동산 사기를 계획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장미호에게 들키고, 끝내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게 된다. 이에 우정원은 “저한테는 두 번이나 똑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게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고충을 드러내기도 했다.
‘행복배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순성을 갖고 있다. SNS 속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하나같이 곪아있었다. 우정원은 ‘행복배틀’에 담긴 메시지를 묻자 “각자 다른 사람이고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인데, ‘행복배틀’ 속 인물들은 그냥 세상이 ‘좋다’고 입을 모아서 말하는 것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실 유진도 그렇게 남의 뒤를 캐고 다니고 자기가 가리고 싶은 비밀을 갖고 살면서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커뮤니티와 세상에선 그게 행복하다고 하니까 그걸 쫓아가려고 하다가 이런 사건 사고가 일어나게 된 거다. 저는 ‘행복배틀’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원하는 게 뭔지, 어떻게 살아야 진짜 행복한 것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간 주로 연극 작품에서 활동해왔던 우정원은 지난 2014년 KBS2 드라마 ‘빅맨’을 시작으로 방송매체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우정원은 “저는 작은 역할을 주로 했고, 작품도 띄엄띄엄했다. 매체 연기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는 건 ‘화양연화’, ‘사이코지만 괜찮아’, ‘슈룹’, ‘행복배틀’ 4개 정도인 것 같다”고 돌이켜 봤다.
매체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그는 “저는 제가 못난이로 보여도 상관없다 생각했고, 역할도 그런 역할이 아니었기때문에 외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화면을 지속적으로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서사를 흐트러트리지 않을 만큼의 일정하고 정갈한 자기관리 된 모습도 중요한 것 같더라. 그리고 카메라로 봤을 때는 너무 많이 움직이면 정신 사납지 않나. 그래서 표정과 눈빛을 절제하는 연기, 표정을 보기 싫을 정도로 망가트리지 않고 하는 연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행복배틀’까지만 해도 인물의 비호감 적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비굴한 표정이나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지만, 계속해서 이런 방식을 이어나가도 괜찮을지, 조금 더 다듬어서 깨끗한 연기를 보여줘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된다는 것. 우정원은 “작품을 거듭하다 보면 깨닫게 되고 자연스럽게 고민이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현재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1’ 공개를 앞두고 있는 우정원은 연말 공연과 더불어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특별출연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도 연극과 매체 작품을 계속해서 병행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환경을 자주 바꿔서 새로운 자극이 많이 오면 좋겠고, 깨닫는 게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우정원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나이가 이만큼 먹고 하기엔 부끄러운 말인데, 때 묻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나이가 아무리 먹어도 ‘연기 좀 해서 이런 건 안다’, ‘세상 좀 살아봐서 이런 건 안다’는 오만함 없이 깨끗하고 청순한 사람이면 좋겠다. 청순하다는 게 외모가 청순하다는 게 아니라 속이 청순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좀 알겠다’, ‘이 정도는 사이즈 나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간 자체가 꼴 보기 싫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최대한 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제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복배틀’을 재밌게 봐주신 시청자분들게 감사드린다. 다음에 또 좋은 작품에서 만나 뵙기를 기다리고 있겠다. 열심히 해서 또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럭키몬스터엔터테인먼트, ENA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