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우’ 왕이 中 외교부장 컴백…인민은행 총재엔 판궁성
베테랑 외교관 왕이 임명…‘늑대전사’ 기조 계속될듯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당서기 겸직…통화정책 연속성 기대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달 가량 잠적 중이던 친강 외교부장이 면직되고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다시 외교부장 자리에 올랐다. 중국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인민은행은 판궁성 신임 행장이 새로 임명됐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이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채 잠적해 거취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다. 중국 정부는 결국 잠적 한달만에 친 부장을 면직함으로써 공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전인대는 친 부장의 면직 사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날 전인대의 결정에 효력을 부여하는 주석령 8호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26일 오전 현재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외교부장 메뉴에서는 친 부장 정보가 삭제됐으며 ‘정보 업데이트 중’이라는 문구만 뜨고 있다.
친 부장이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 러시아 외교차관과의 회담이 마지막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달 11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친 부장의 건강을 언급하며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외활동이 많은 외교부장임에도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친 부장이 중국 정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거나 불륜설, 중병설 등의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까지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않았다.
친 부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주미 중국대사 재직 중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후임으로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올해 3월 전인대에서 국무원 최고 지도부인 국무위원으로 승격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 전선인 ‘전랑(늑대전사)’의 상징적 인물로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취임한지 7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는 1949년 현 중국 건립 이후 외교부장 중 최단기 임기다.
왕 부장 역시 ‘전랑’의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로이터통신은 왕 부장의 별명인 ‘은여우’를 언급하며 “일부 온화하고 매력적이라고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공격적이고 종종 거친 늑대전사 스타일의 외교를 지지하며 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7개월만에 외교부장이 교체됨에 따라 친 부장 면직 이유를 둘러싼 의혹은 계속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를 두고 베일에 싸인 중국의 지도부의 투명성과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의혹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대만중앙통신(CNA)은 친 부장의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이 계속되고 있다며 여파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는 인민은행 공산당위원회 서기를 겸하는 판궁성 부행장이 신임 총재로 임명됐다.
판 신임 총재는 중국 인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중국공상은행, 농업은행을 거쳐 인민은행 부행장과 국가외환관리국 당 서기를 맡아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판 총재 임명에 대해 중국 경제 회복세가 탄력을 잃는 상황에서 중국이 정책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또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인민은행의 최고위 두자리인 총재와 공산당 서기를 한 사람이 맡아 의사결정이 간소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부서장을 지냈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판공성의 임명은 금융 시장과 환율을 자유화하고 자본시장 개방을 촉진하는 개혁이 점진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징조”라며 “다만 중국 경제가 직면한 많은 도전과 중앙은행에 대한 막대한 경제·정치적 제약을 고려할 때 판 총재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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