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 행안부만으로 괜찮을까
7월 들어 새마을금고에 대한 뱅크런 불안감이 퍼졌다. 고객들은 각 지역 금고로 달려가 예적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새마을금고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방위로 발표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행안부) 차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직접 새마을금고를 찾아 예금에 가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불씨를 댕긴 것은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합병 소식이었다.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 높아진 대출 연체율을 감당하지 못해 해산을 선언하고 6월16일 지역 내 우량 금고인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했다. 합병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고객들의 예적금은 안전하게 보호됐다. 하지만 부실이 새마을금고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퍼져갔다.
한 금고의 합병 소식이 ‘해프닝’이 아닌 ‘위기의 전조’로 받아들여진 데는 이유가 있다. 새마을금고의 대출 연체율이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행안부에 따르면, 2018년 1.35%를 기록했던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꾸준히 올라 올해 6월14일 6.49%(잠정)까지 치솟았다. 특히 올해 들어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연체율이 3.59%였으니 불과 6개월 만에 2.9%포인트 상승한 셈이다(〈그림 1〉 참조).
이미 새마을금고는 올 상반기 지속적으로 건전성에 관한 의심을 받아온 터였다. 특히 금융권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둘러싸고 우려가 제기됐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의 일종인 ‘관리형 토지신탁(관토)’ 대출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행안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관토 대출 규모는 2021년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그림 2〉 참조).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며 관토 대출 연체액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2021년 말 60억원에 불과했던 관토 연체액은 올해 들어 1000억원을 상회했다. 시행사는 최종적으로 주택이나 상가 등을 분양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부동산 PF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아예 시공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부동산 PF 대출이 활발하게 이뤄졌는데, 경기침체로 인해 이들 PF 대출이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꼽히기도 했다(〈시사IN〉 제795호 ‘PF의 마법은 어떻게 시한폭탄이 되었나’ 기사 참조).
만약 새마을금고 전반이 부실화되고 있고, 그 구조적 흐름 중 하나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해산하게 되었다면 고객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은 예적금을 빠르게 해지해 자신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다. 상당수 고객이 그 ‘합리적’ 판단을 실행으로 옮기며 위기감은 짙어졌다. 금융기관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대출 등 수익 활동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고객이 일시에 상환을 요구한다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을 ‘합리적’으로 예측한 고객들은 더욱더 서둘러 해당 금융기관으로 몰려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연체율 주범은 건설·부동산 기업대출
현재까지 파악된 사실을 종합해보면, 새마을금고가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불안감의 배경이 된 세 가지 위기 요소들의 연관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부동산 PF 대출(관토 대출)은 비교적 건전하게 관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중앙회)에 따르면, 6월29일 기준 관토 대출 연체율은 1.12%에 불과했다. 총대출 연체율 6.18%(잠정)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치다. 물론 과거보다 연체율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새마을금고가 기록적인 연체율을 나타내게 된 주요인은 아니었다. 비중으로 따져도 새마을금고 총연체액의 약 1.5%에 그쳤다.
연체율을 끌어올린 주범은 전체 대출의 56.7%를 차지하는 기업대출이다. 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9.63%로 전체 연체액의 88.4%가량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건설·부동산 기업의 대출이 문제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몇 년간 새마을금고는 건설·부동산 기업에 대출을 급격히 늘려왔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이들 기업들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뇌관으로 꼽혔던 부동산 PF 대출은 비교적 잘 관리됐지만, 부동산 침체라는 위기 요인을 공유하는 건설·부동산 기업 대상 대출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것이다.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해산은 전체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상승과 연관성이 크진 않다. 이 금고의 해산은 ‘부실’을 넘어 ‘부정’한 대출 때문에 촉발됐다. 중앙회의 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해산하게 된 주된 원인은 약 600억원의 부정한 기성고 대출이다. 기성고 대출은 건축자금 대출의 일종으로, 토지를 담보로 최초 대출을 하고 이후 건축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추가 대출을 내주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건물을 30% 정도 지었다면, 건물 30%를 다시 담보로 잡아 추가 대출을 받는 식이다. 매번 돈을 빌려줄 때마다 새로 담보를 잡기 때문에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적다.
그러나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대출을 내줬다. 차주(대출자) 10여 명 중에는 남양주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일한 전직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대로 된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줬기에, 해당 대출은 언제든지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었다. 중앙회에 따르면, 문제가 된 기성고 대출의 담보가치는 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추산됐다. 대출이 600억원에 달했기 때문에, 담보를 팔아도 약 4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셈이다. 반면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보유한 적립금은 1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결국 중앙회는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해당 부실 대출을 자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리라 판단해 합병을 결정했다.
정부가 앞장서 갖가지 대책을 내놓은 결과,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시장의 불안감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7월4일 정부는 금고 간 합병이 일어나도 고객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전혀 없으며, 새마을금고의 상환준비금이 13조원을 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불안감에 예적금을 해지한 고객이 다시 새마을금고에 예치를 하면 비과세 혜택과 만기이자를 그대로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상 예적금을 중도 해지한 경우 가입 당시 약정한 이익을 포기해야 하지만, 새마을금고 예수금을 늘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불이익을 없애준 것이다. 그 결과 7월12일 오후 2시 기준 중도해지 예적금을 재예치한 건수가 1만2000건을 넘어섰다고 행안부와 중앙회는 밝혔다.
하지만 우려가 전부 해소됐다고 보기엔 이르다. 2023년 새마을금고 수시공시를 살펴보면, 일부 금고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시사IN〉이 수시공시를 분석한 결과, 전국 33개 금고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금고 가운데 19곳은 ‘위험 및 부실자산의 규모가 심각한 수준’인 자산건전성 4등급을 받았고, 7곳은 ‘위험 규모에 비해 자본이 현저하게 부족’한 자본적정성 4등급을, 그리고 2곳은 ‘위험 규모에 비해 자본이 크게 부족하여 도산이 예상’되는 자본적정성 5등급을 받았다.
수시공시로 드러난 위기는 최소치일 수 있다. 이번에 합병 대상이 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의 경우 올해 들어 경영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시공시를 하지 않았다. 중앙회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남양주동부금고 정도 부실이면 수시공시를 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합병 총회 때 (지역 금고 회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수시공시를 대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 위기 막기 위해 필요한 대책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긴다 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는다. 지난해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는 모든 금융기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유독 새마을금고만 높은 연체율을 보인다. 새마을금고만이 가진 ‘약한 고리’를 찾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부정 대출을 방치한 새마을금고의 취약한 내부통제 문제가 제기된다. 새마을금고의 내부통제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됐다. 지난해 10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새마을금고에서 일어난 금융 사고는 총 85건으로, 피해액만 640억9700만원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의 기성고 대출은, 돈을 빌려주기 시작한 뒤 2년이 넘어 연체율이 상승하고 나서야 그 실체가 밝혀졌다. 중앙회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해당 대출의 관련자인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직원 두 명을 파면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좀 더 근본적인 해법으로, 현재 행안부가 가지고 있는 새마을금고 건전성 감독 권한 일부를 금융위원회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963년 경상남도에서 지역 협동조합으로 시작된 새마을금고는 지역 공헌에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1983년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된 이래 행안부가 감독 권한을 가졌다. 건전성과 관련한 신용 사업도 마찬가지다.
반면 새마을금고와 비슷하게 각 부처에 감독 권한이 나뉘어 있는 다른 상호금융기관(농협·수협·산림조합)들은 건전성과 관련한 신용 사업에 대해선 금융위원회가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다. 건전성 감독에 관련해서는 금융위원회가 더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감독하는 다른 상호금융기관들은 새마을금고에 비해 더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아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감독 권한 이관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7월7일)”라고 말했음에도 여야에서 모두 새마을금고 건전성 감독 권한을 금융위원회로 옮기자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다.
새마을금고 위기가 대두된 이후 행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행안부가 감독을 해온) 40년간 지급불능 사태가 한 번도 없었다”라며 행안부를 신뢰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과거에도 새마을금고 감독 체계를 “반세기 만에 대혁신(2017년 12월)”하고, “건전성 강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시행(2022년 8월)”하며 “감독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2023년 3월)”라고 공언한 바 있다. 반복되는 대책과 다짐 속에서도 결국 위기를 막지 못한 행안부에 여전히 새마을금고를 맡길 수 있을지, 2180만명에 이르는 고객은 묻고 있다.
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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