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주의’ 논란에 추락한 美 버드라이트… 1등 자리 꿰찬 맥주는
시원한 목넘김이 좌우해온 글로벌 맥주 시장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맥주의 맛과 별개로 정치적 사건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시장점유율이 요동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맥주가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른바 PC(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굳건하던 맥주 점유율 구도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2001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뒤 부동의 ‘원 톱’ 지위를 굳혔던 ‘버드라이트’의 독주 체제가 무너졌다. 25일(현지 시각)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닐슨에 따르면 이달 초 버드라이트의 점유율은 6.8%에 그쳐 멕시코 맥주 모델로(8.7%)에 1위를 넘겨줬다.
버드라이트의 몰락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 4월 제조사 앤하이저부시(AB)가 트랜스젠더 딜런 멀베이니(26)와 협업 마케팅을 펼치려다 거센 불매운동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아역 배우 출신인 멀베이니는 1000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린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다. 버드라이트와 협업 마케팅 발표 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 분장을 하고 나타나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맥주 캔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그러자 일부 보수 성향 소비자들이 집단 반발했다. 맥주를 콸콸 버리거나 캔을 부수는 동영상을 공유하며 반감을 표시했다. 한때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가총액 수십억달러가 증발하기도 했다. 놀란 AB는 계획을 철회하고 사과 성명까지 냈으나 타격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PC 논란으로 인해 멕시코산 맥주가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이 변화에는 최근 미국 내 히스패닉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영향력이 확대되는 흐름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에서는 리투아니아산 맥주 ‘볼파스 엥겔만’의 수입량이 폭증했다. 2021년 리투아니아가 수도 빌뉴스에 ‘대만대표처’를 설치하자, 이를 문제 삼은 중국이 무역 보복에 나섰다. 그러자 리투아니아를 응원하는 대만인들은 그해 23배(전년 대비)나 리투아니아 맥주 소비를 늘렸다. 지난해 1~8월에도 리투아니아의 대만 수출액은 1900만유로(약 26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외교적 의리’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최근 한국 맥주도 해외 시장에서 깜짝 선전하고 있다. 작년 한국의 대몽골 맥주 수출액은 935만달러(약 119억원)로 전년도에 비해 98%나 늘었다. 코트라는 “최근 (전 세계) 젊은 층 소비자가 한국의 소맥 문화를 즐기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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