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맞아? LG·SSG 2강 박살 직전에도 냉철하다…이승엽 "아직 승부수 띄울 시점 아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아직 승부수 띄울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보 감독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냉철하고 침착하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8-5 승리로 구단 역대 최다인 11연승 신기록을 작성하고도 들뜨지 않았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 순간만 선수단과 축하 인사를 나눴을 뿐, 큰 의미를 두려 하지 않았다. 두산은 당장 연승에 만족하고 그칠 팀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두산은 현재 KBO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상대하기 두려운 팀이다. 6월까지만 해도 1위 LG 트윈스와 2위 SSG 랜더스의 2강 체제가 굳혀지는 듯했다. LG와 SSG는 당시 1.5경기차로 치열하게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었고, 두산은 6위까지 떨어져 있었다. 선두 LG와는 무려 11.5경기차가 났고, 2위 SSG와도 10경기차가 났다.
그런데 7월 시작과 함께 두산은 180도 다른 팀이 됐다. 당장이라도 LG와 SSG의 2강 체제를 박살 낼 기세로 전력질주하고 있다. 지난 1일 울산 롯데전 2-1 승리를 시작으로 7월 11경기를 치르는 내내 진 적이 없다. 두산은 시즌 성적 44승36패1무를 기록하며 단숨에 6위에서 3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1위 LG와는 4.5경기차 2위 SSG와는 3경기차까지 좁혔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두산까지 3강 체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7월 투타 성적을 보면 질 수가 없다. 팀 평균자책점 1.98로 압도적 1위다. 대체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을 영입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브랜든은 11연승 기간 3경기에서 3승, 18이닝, 평균자책점 1.00을 기록했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보다도 빼어난 성적이다.
알칸타라-브랜든-곽빈-최원준-김동주까지 5선발이 탄탄하게 갖춰지니 불펜도 안정화가 됐다. 11경기 가운데 8경기에 등판해 1승, 6홀드, 10⅓이닝, 평균자책점 0.87을 기록한 김명신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홍건희, 정철원, 박치국 등 기존 필승조의 안정감은 여전했고, 왼손 최승용이 선발에서 넘어오면서 중간 투수진이 더 탄탄해졌다. 개인사와 부상으로 시즌 중반 합류한 이영하와 김강률도 과거 필승조로 활약했던 감을 찾아 나가는 중이니 더더욱 탄탄해질 일만 남았다.
타선도 7월 팀 타율 0.290으로 리그 1위다. 홈런은 12개로 KIA 타이거즈와 공동 2위다. 이 기간 3할을 친 타자가 양의지(0.371) 장승현(0.368) 박준영(0.368) 김재호(0.350) 호세 로하스(0.333) 정수빈(0.333) 허경민(0.333) 등 7명에 이르니 공격이 안 풀릴 수가 없다.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데도 이 감독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다. 11연승을 하고 있고, 전반기 막바지는 총력전을 선언한 게 사실이나 지금을 정상에 도전할 때로 보진 않았다. 아직은 오버페이스하지 않고 상위권 두 팀을 차근차근 더 압박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후반기를 앞두고 "아직 60경기 이상 남았고, 8월은 더 무더워진다. 시즌 10~20경기를 남겨두고 그때는 정말 전력을 다해야겠지만, 지금은 우리 전력에서 선수들이 부진하지 않고 부상하지 않게만 신경 쓰려 한다. 아직은 승부수를 띄울 시점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이겨야 하는 경기는 확실히 잡고 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11연승을 이룬 날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별 느낌은 없다. 그냥 정규시즌 한 경기라 생각해야 한다.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 순 없지 않나. 똑같이 하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 감독의 영향일까. 선수들도 11연승을 즐기되 들뜨진 않는다. 주장 허경민은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을 동료들이 알았으면 좋겠으면서도 연승을 신경 쓰진 않았으면 한다. 언젠가 질 때도 있겠지만, 연승과 연패보다는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했으면 한다"며 두산의 목표는 정상 탈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승승장구하는 두산이 더 무서워질 요소가 있을까. 이 감독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김재환"을 외쳤다. 두산의 4번타자가 제자리로 돌아와야 더 힘을 받고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김재환은 11연승에 힘을 보태는 투런포를 터트리며 부활을 노래했다.
이 감독은 "김재환이 오늘(25일)처럼 좋은 장면에서 좋은 타구를 날려 준다면, 아주 폭발력 있는 중심 타선이 된다. 김재환은 보여줄 게 더 남았고, 충분히 능력이 있는 선수다. 상대팀이 김재환을 거르고 양의지와 승부할 수 있도록 원래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의 바람대로 김재환까지 정상 궤도에 오르면, 나머지 9개 구단이 두산의 질주를 막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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