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쟁탈전]①은행·증권 뛰지만 보험 '멈칫'
보험 유일하게 점유율 하락…킥스 도입이 배경
퇴직연금 사전운용지정제도(디폴트옵션)가 이달 본격 시행된 가운데 지난 상반기 퇴직연금 시장 성적표가 공개됐다.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보다 14조원가량 증가한 가운데 은행·증권·보험 등 업권 간에는 희비가 갈렸다.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적립 잔액을 크게 늘린 반면, 보험업계 증가 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특히 디폴트옵션 시행과 함께 높은 수익률을 내건 증권업계로의 자금 이동이 올해 들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은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은행권이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증권 웃었는데, 보험은…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금융권(은행·증권·보험)의 퇴직연금(DB형·DC형·개인형IRP 합계) 적립금 잔액은 345조814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에는 331조7240억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중 4.25%(14조9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달 말 179조3882억원으로 6개월 새 8조5627억원(5.0%) 증가했다. 은행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51.9%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51.5%)보다 점유율을 0.4%포인트 더 높인 것이다.
증권은 3개 금융업권 중 가장 가파른 퇴직연금 잔액 성장세를 보였다. 증권업계의 지난달 말 기준 적립금은 79조1534억원으로, 지난해 말(73조8467억원)보다 7.19%(5조3067억원) 늘어났다. 점유율 또한 지난해 말 기준 22.3%에서 올해 상반기 22.9%로 0.7%포인트 올랐다.
반면 보험업계는 타 업권 대비 부진했다. 보험업계 전체 퇴직연금 잔액은 지난해 말 87조518억원에서 올 6월 말 87조2724억원으로 0.3%(2206억원) 증가한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중 금융권 전체 평균보다 못한 잔액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이 탓에 보험업계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26.2%에서 올해 상반기 25.2%로 1%포인트 낮아져 3개 업권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적립금 잔액이 전체 업권 중 유일하게 감소하기도 했다. 생명보험 적립금은 73조1186억원으로 지난해 말(72조6286억원)에 비해 4900억원(0.67%) 늘어났지만, 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말(14조4232억원) 대비 2694억원(1.87%) 감소했다.
'전통 강자' 보험 주춤한 이유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이달부터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면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가 금융권 퇴직연금 쟁탈전의 '1라운드'인 셈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며 점유율을 지켰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최근 1년간 운용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 4.66%, 확정기여형(DC) 6.52%, 개인IRP 6.09%를 나타냈다.
이는 증권업계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진 않은 수익률이다.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의 상반기 말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DB형 4.24%, DC형 6.94%, 개인IRP형 6.84%로 DB형을 제외하고는 은행권보다 소폭 높았다.
이에 반해 계열사 직원 가입을 흡수해 퇴직연금 시장 전통 강자로 자리잡고 있는 보험업계가 부진했던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이를 반영한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ICS에서는 퇴직연금이 건전성 평가에 부정적 요인이 있다보니 퇴직연금을 늘릴 유인이 줄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킥스 경과조치 이유 있었네…뚜껑 열어보니 '-1%'도(7월5일)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IFRS17에서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은 보험계약 부채에 포함되지 않고, 투자계약 부채로 잡힌다"며 "K-ICS 도입 이후 보장성 상품 중심 생보사는 시장지위가 상승했지만, 저축성보험이나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중심 보험사는 시장지위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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