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 완만한 초보용 53km 벌써 가을 라이딩이 설렌다

이남석 2023. 7. 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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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라이딩] 사명산
사명산 등산로 입구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임도.

사명산은 강원도 양구와 화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 1,198m이다. 높은 산이지만 바위가 드물고 완만한 경사를 품고 있다. 마치 풀을 먹여 섶 위에 널어놓은 삼베처럼 사방으로 완만하게 흐르는 산세가 특징이다.

사명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가 많고, 아래로 갈수록 깊게 파여 나간 골짜기를 따라 북한강과 맞닿는다. 시야가 확 트인 임도 높은 곳에서는 북한강 수계를 따라 만들어 놓은 인공호수인 파로호와 소양호를 내려다볼 수 있다.

사명산 임도는 양구 읍내를 출발해 공수리와 웅진리를 거쳐 학조리를 통해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출발 후 27km 지점에서 만나는 임도의 최고점은 해발 766m 고개로 사명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만나는 곳이다.

임도 진입에 앞서 박수근기념관에 들러 잠깐 구경했다.

이날 주행한 코스는 초반 오르막만 제외하면 산악자전거 초보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순수한 임도 구간을 타는 데 넉넉잡아 4시간 정도 걸린다. 녹음 짙은 여름에 찾기 좋다. 주변에는 소양호와 파로호가 있어 자전거 외에도 즐길 것이 많다. 자전거 주행 전날 양구에 도착해 박수근기념관과 호수, 그리고 수변공원을 둘러보고 다음날 자전거로 임도를 달린다면 한 번에 양구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사명산 임도 라이딩은 김병찬님과 함께했다. 양구에 거주하는 교감 선생인 그와 아침 일찍 양구에서 만났다. 그로부터 오늘 코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몸을 푼 후 곧바로 출발했다. 구름이 하늘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바람이 없어 아쉬웠지만 자전거를 타기에는 적당한 날씨였다.

오르막을 지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사명산 임도 초입.

임도 초반부는 대부분 급경사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수근기념관에 잠시 들렀다. 양구가 고향이며 유명한 화가인 그의 기념관을 둘러봤다. 기념관에는 선생의 작품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왜 그랬던 걸까? 여러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박수근 선생의 고향에서 그분이 접했던 산천과 감싸던 공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웠다.

자전거 위에서 본 양구의 산은 여름빛이 선명했다. 산자락을 따라 곧게 자란 활엽수들은 깊고 선명한 잎을 자랑하듯 내보이고 있었다. 초여름 숲의 녹음은 절정이었다. 석현리를 지나 왼쪽으로 소양호가 보였다. 분명 지난번 많은 비가 내렸는데, 물은 가득 차 있지 않았다. 김씨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여름 장마를 대비해 미리 물을 방류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의문이 풀렸다. 다시 앞을 보니 산비탈이 보였다. 옛날 같았으면 옥수수와 고추가 자라고 있었을 경작지는 개망초가 덮인 묵정밭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가 그곳을 지나가자 자전거 바퀴 소리에 놀란 꿩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사명산 임도는 몇 번의 오르내림이 있다.

웅진리마을로 들어서면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임도길 초입은 급경사다. 이는 마치 공식과 같은데, 사명산 임도도 이 공식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우리는 초반부터 힘을 쓰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오르막을 극복했다.

화전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길

양구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50년 전만 하더라도 사명산 주변 산비탈과 계곡 골짜기에는 화전민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화전민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따금 아직도 땅을 지키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데, 많아야 두서너 집에 불과하다. 대신 그들의 흔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명산 임도를 달리다보면 과거 화전민들이 살았던 부락의 흔적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김씨는 숲 가까운 곳 묵정밭 주위로 보이는 돌무더기와 비스듬하게 서 있는 개복숭아 나무가 그 증거라고 일러주었다.

임도 주행을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일행.

본격적인 사명산 임도 코스는 약 30km 길이로 약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었다. 제법 높은 고개에 오르니 때마침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며 숲속으로 폭포 같은 빛이 쏟아졌다. 장관이었다. 햇빛은 사명산 골짜기와 능선을 이어가져 비추었다. 우리는 틈틈이 보이는 조망점에서 사명산의 기막힌 절경을 즐겼다.

문바위봉(1,005m)으로 오르는 능선길과 만나는 고개에서 잠깐 숨을 돌렸다. 여기저기 제법 키가 자란 취나물이 눈에 띄었다. 등산로 옆으로 난 것들은 허리가 끊어져 사람 손을 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잠시 목을 축인 후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300m를 오르자 마침내 해발 766m 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바다를 떠다니는 뱃머리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휙 바람이 불자 기분은 최고조였다.

"가을에는 고운 단풍을 보러 등산객들이 많이 와요. 주변 신갈나무 군락지로는 능이버섯이 많이 나서 마을별로 조직된 버섯 작목반 소속 주민들도 많이 옵니다."

양구 파로호 수변공원의 풍경.

가을 사명산을 상상했다. 상상 속 사명산은 온통 단풍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마 사명산은 주변에 소양호와 파로호 같은 큰 호수가 있으니, 밤낮의 기온차가 커 단풍색이 더 진하고 오래 갈 것이다.

이후로는 내리막이 이어졌다. 출발지점으로부터 40km 떨어진 518m 고개부터 공수리까지는 경사가 꽤 가팔랐다. 우리는 조심하며 내리막을 내려갔다. 공수리로 내려와 양구읍내로 돌아가는 길은 편한 평지길이 이어졌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우리는 굶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식당을 향해 힘주어 페달을 밟았다.

양구 읍내로 돌아와 막국수를 먹었다. 강원도 화전민의 애환이 담긴 음식인 막국수. 라이딩을 하며 화전민의 흔적을 봤던 탓인지 익숙한 음식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때 느꼈던 생소함은 무슨 맛이었을까?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가을 단풍이 든 사명산을 다시 떠올렸다. 가을 사명산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임도길을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다 이내 눈을 감았다.

라이딩을 마치고 들른 식당의 막국수.

[맛집] 소나무함흥냉면막국수

(033-482-5234)

양구 읍내에 위치한 막국수 맛집. 담백하고 깔끔한 막국수가 일품인 곳이다. 막국수는 2인 이상부터 주문가능하다. 막국수가 싫다면 함흥냉면도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따뜻한 온육수로 몸을 녹이고, 시원한 국수로 더위를 날릴 수 있다. 초여름 라이딩의 음식으로 제격이다. 막국수(8,000원), 함흥냉면(9,000원).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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