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나무다리 위에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근심 없는 생명이 어디 있으랴.
가녀린 억새 위 멧밭쥐의 둥지도 근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허공둥지가 흔들릴 때마다 아기들쥐는 까르르 웃었을 것이다.
지상의 모든 꽃은 땅속 근심에서 피어난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풀섶에는 둥근 둥지를 지어놓은 들쥐의 집이 있고
나무다리 아래에는 수초와 물고기의 집인 여울이 있다
아아 집들은 뭉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나 높고 쓸쓸하게 흐른다
나무다리 위에서 나는 세월을 번역할 수 없고
흘러간 세월을 얻을 수도 없다
입동 지나고 차가운 물고기들은 생강처럼 매운 그림자를 끌고
내 눈에서 눈으로 여울이 흐르듯이
한 근심에서 흘러오는 근심으로 힘겹게 재를 넘어서고 있다
근심 없는 생명이 어디 있으랴. 가녀린 억새 위 멧밭쥐의 둥지도 근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수초 그늘로 숨어든 물고기는 왜가리의 날카로운 부리가 무서웠을 것이다. 집이 뭉쳐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근심뿐인 생이 어디 있으랴. 허공둥지가 흔들릴 때마다 아기들쥐는 까르르 웃었을 것이다. 물고 자던 물풀이 끊어져 뒤집힌 물고기는 물별보다 찬란한 밤별에 감탄하기도 했을 것이다. 지상의 모든 꽃은 땅속 근심에서 피어난 것이다.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잠깐만요, 내 딸도 똑같이 죽었습니다'…기자회견서 또다른 유가족 절규
- 신림동 칼부림 6일 전…제기동서도 39cm 흉기난동 있었다
- 이혼 후 가족 떠난 전 남편…'27년' 만에 나타나서 대뜸 한 말이?
- '성폭행 징역 13년' 엑소 출신 크리스, 비공개로 항소심
- 택시기사에 “다리 만져줘” 女승객 신원 파악…적용 처벌은
- '캐시 온리' 인도 경찰에 사기당한 韓 유튜버…'현지 뉴스에도 나와'
- '가위로 친구 위협하는 아이 막자 부모가 '정서학대'로 신고'…현직교사의 토로
- '블랙박스 끄고 만져줘요'…택시기사 성추행 女승객 추적 '난항' 왜?
- 초등5년생, 변기뚜껑 들고 교사와 대치…'권리 침해' 교사 반발
- '안경선배' 라이벌 日 후지사와 근황 '깜짝'…같은 사람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