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틀’ 박효주, 체증과 생채기 그래도 배우는 성장한다[스경X인터뷰]
배우 박효주에게 ENA 드라마 ‘행복배틀’은 속에 무언가가 꽉 막힌 것 같은 ‘체끼’ 즉 ‘체증(滯症)’이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상처를 뜻하는 ‘생채기’이기도 했다. 늘 몸과 마음이 다칠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작품이라는 불 속으로 자신을 던져넣는 ‘불나방’. ‘행복배틀’을 치러낸 박효주의 마음은 이러한 표현으로 정리된다.
그도 그럴 것이 박효주는 극 중에서 단 2회 만에 죽는다. 그것도 이복자매인 장미호(이엘)에게 전화로 무언가를 간곡하게 부탁해야 할 정도로 비참한 죽음이었다. 그가 연기한 오유진의 삶, 그 기구한 상황과 악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주기 위해 그는 초반 2회 내내 노려보고, 소리 지르고, 발버둥 쳐야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2회 분량까지 촬영을 하고 한참의 대기기간을 가졌다. 보통 극 중 사망할 경우 촬영에서 빠지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후반부 촬영을 남겨놓고 감정을 유지해야 했던 탓이다. 그는 촬영장이 아닌 생활의 공간인 집에 있으면서 ‘행복배틀’의 비참한 감정을 끌고 가야 했다. 체증이 안 생기는 것이 이상한 여정이다.
“모든 배우들이 8회, 9회 정도 내야 하는 느낌을 1회부터 내야 했어요. 초반에 강렬한 임팩트를 줘야 했던 역할이라 부담이 많았죠. 솔직히 금방 죽는다고 하니 고심도 되고, 특별출연 느낌인가 싶어 어떻게 그려질지 몰랐어요. 초반에 죽기까지 과정을 몰아서 찍고, 한참을 쉬었다 현장에 와야 했고요. 여러모로 도전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박효주가 ‘행복배틀’에서 연기한 오유진은 극 중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인물이다. 부모가 각각 한부모 가정 상황에서 결합했지만 결국 깨지는 과정에서 이복자매 장미호(이엘)과 서로 생채기를 냈고, 그 스스로도 사생아를 낳는 깊은 비밀을 숨기고 태연하게 고급 아파트 커뮤니티에 적응했다. 그에게 진짜 삶은 가짜 행복보다 훨씬 비참한 모습이었다.
“중간에 작품을 보면서 욕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과연 이 여자가 동정을 얻을 수 있을까’ ‘얻을 수 있다면 어느 지점일까’ 정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결론은 결핍이 많은 이 여자의 인생이 알려질 때 적어도 어느 정도의 공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인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요. 저렇게밖에 살 수 없었다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도 작품이 좋았던 것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했던 김윤철 감독의 존재였고, 여성 중심서사의 드라마 그리고 안 해본 캐릭터 때문이었다. 늘 화장기 없는 얼굴로 무언가를 수사하는 형사인 적이 많았던 박효주는 화려한 외모로 겉으로는 과시를 쫓는 인물을 하며 쾌감을 느꼈다. 거기에 학교동문인 송정아 역 진서연과 동갑인 장미호 역 이엘과의 만남도 기뻤다. 초반에는 시청률 침체를 겪었지만, 후반부에는 그 4배의 수치로 오른 시청률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예전에는 형사 역할이 많았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모성을 여러 형태로 풀어볼 수 있는 인물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엄마’라고 하면 좀 뻔한 인물들이 많았는데 저는 다행스럽게도 ‘암을 앞둔 엄마’(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죽은 아이를 보는 엄마’(미혹) 그리고 ‘비밀을 감춘 엄마’(행복배틀) 등 다양한 역할을 했어요.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이 결국 살아가는 양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효주가 가진 연기에 대한 욕심은 확실히 그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는 경향이 있다. 그는 좀처럼 기구한 사연이 없는 역할은 하지 않았고, 역할을 할 때마다 상처와 체증을 쌓아왔다. 최근 SBS 드라마 ‘악귀’에서 염해상(오정세)의 엄마 역으로 특별출연해 사연있는 엄마의 커리어를 이었다.
“김은희 작가님하면 ‘스릴러’잖아요. 저도 스릴러라면 많이 출연했는데 작가님께 ‘저도 여기 있어요’라는 느낌으로 손들고 싶었어요. 하도 기구한 사연의 역할을 많이 해서 이제는 장수하고 욕심이 없고 동네를 터덜터덜 걸어 다니는, 숨쉬기 편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웃음)”
박효주는 집에서는 ‘잘 지켜보는 엄마’라고 말했다. 가만 놔두면 잘 크는 것 같다는 방침을 갖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관여하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저 좋은 인생 선배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만 6세가 된 딸이 TV 속 엄마를 알아보고 있지만, 예술은 했으면 하지만 연기는 쉬운 마음으로 안 하길 바란다.
“배우는 욕망 때문에 그리고 그 욕망을 캐릭터로 만드는 과정 때문에 생채기가 많이 나요. 이번 작품도 제게는 그런 의미였고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연기가 뭘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작품인 것 같아요. 지금은 힘들지만 결국 몇 달이 지나면 도움이 되는 시간이에요. 지금 ‘행복배틀’을 해서 다행이었고, 배우로서 공부와 자극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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