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HMM 새 주인찾기…'강석훈식' 해법은
남은 영구채 주식전환 "시장 영향 최소화"
매각 덩치 커진 탓에 원매자 발 거둘 수도
KDB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의 남은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그룹을 선정한 데 이어 HMM(옛 현대상선)의 새 주인 찾기 절차에도 돌입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번 매각 대상에는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 중인 2조7000억원 규모 영구채 중 1조원 규모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물량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매각 대금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판세에 대한 시장 분석도 제각각이다. 남은 영구채의 금리 스텝업(Step up) 시점도 다가오고 있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매각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영구채 1조 주식전환…가격 변수?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지난 20일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보유한 이 회사 주식 등에 본격적인 매각절차를 시작했다.
이번 매각대상은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하고 있던 약 1억9879만주,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하고 있는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중 1조원 규모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로 보유하게 되는 2억주를 더한 3억9879만주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HMM 발행주식수는 10억2500만주로 추산된다. 이를 반영한 이번 매각대상 지분(희석기준 지분율)은 38.9% 수준이다.
관건은 매각 대금이다. 현재 시장에서 전망하는 매각가는 5조원 안팎이다. 하지만 이는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 전 상황을 반영한 숫자로 분석된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았을 때 두 기관이 보유한 주식 수를 2억주(1억9829만주)로 보고, 매각 공고 전 HMM 주가를 2만원(20일 종가 2만300원)으로 적용하면 단순 몸값은 4조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5조원 정도로 매각가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매각 공고와 함께 영구채 중 1조원 규모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HMM 주가는 하락세다. 25일 종가 기준 HMM 주가는 주 당 1만6300원(종가기준)으로 20일보다 19.7%(4000원) 떨어졌다.
만일 HMM주가가 1만원까지 떨어지면 전환사채 전환분을 포함해 매각대상 지분(4억주로 단순화)이 늘어도 총 인수대금은 4조원이 된다. 이 경우 구주 가치가 급락한다는 점이 산업은행과 해진공에게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HMM주가가 주 당 1만5000원 선을 유지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매각대금은 7조원 정도가 될 수 있다는 분석(1만5000원*4억주+경영권 프리미엄)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경우 너무 비싼 것이 부담이 돼 매각대상 지분을 일부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 공고한 물량은 전량 매각하는 것이 목표"라며 "남은 영구채도 인수자와 협의를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MM매각 절실한 산업은행
산업은행은 오랜 숙제였던 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 하고 있다. 지난해 최대 과제였던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을 비롯해 쌍용자동차(KG모빌리티) 등의 새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다. ▷관련기사: [산은 강석훈호 항로는]②'구조조정 재벌' 오명 벗을까(22년 8월4일)
올해 들어서도 KDB생명 매각 가르마를 타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은 두 곳은 아시아나항공과 HMM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합병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경쟁당국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의 승인이 남아있다. 하지만 EU가 일부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발표했고, 미국도 13개 노선 중 5개 노선에서 독점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합병 승인이 답보 상태다.
그럼에도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플랜B는 없다"며 합병 승인에 희망을 걸고 있다. ▷관련기사: '대우조선 끝났더니…'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변수 골치(5월25일)
이를 제외하면 HMM이 사실 상 기업 구조조정 마지막 과제인 셈이다. 특히 산업은행 입장에선 재무건전성을 위해서도 HMM 매각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BIS비율은 2020년 16%에서 올 1분기 13.1%까지 떨어졌다. 지분 33%를 쥔 한국전력의 적자뿐 아니라 HMM의 주가 부진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강석훈 회장도 "HMM주가가 1000원 떨어지면 BIS비율 0.07%포인트가 하락한다"며 "이로 인해 1조8000억원 정도의 자금공급이 감소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HMM매각, 산업은행 서두르는 이유(6월28일)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차박용으로 튜닝한 카니발?'…캠핑용품 박람회 가보니
- [공모주달력]1.5조 초대어 등판 '파두' 수요예측부터 청약까지
- [전참시]이마트는 왜 이마트에서 이마트를 뺐을까
- LG, '챗GPT' 압도할 초거대 AI 내놨다
- 방산 4사, 우상향 곡선 그린다…'수주잔고 61조'
- CB에 놀란 '필에너지' 주가, 구주매출 공시에도 깜짝
- "금방 올 줄 알았는데"…올 듯 말 듯 오지 않는 '건면시대'
- 2년 만에 쏟아지는 강남 물량…'분양가 얼마까지 오를까' 촉각
- 코앞으로 다가온 '갤럭시 언팩', 삼성의 승부수는
- '사람이 없어요'…AI 카메라가 담은 서울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