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했다" 아무도 '견제' 않았던 두산…이승엽은 '칼'을 갈았고, '11연승'으로 증명했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주위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줘도 괜찮지 않겠나"
두산 베어스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서 8-5로 승리하며 '새역사'를 작성했다.
이날 두산이 작성한 역사는 총 두 가지. 지난 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맞대결을 시작으로 '11연승'을 달린 두산은 창단 '최다 연승'의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이는 무려 5284경기 만. KBO리그에서 가장 최근 11연승을 달린 팀은 NC 다이노스(2020년 9월 20일 사직 롯데 더블헤더 1차전~10월 1일 창원 SK 와이번스)로 두산은 1027일 만에 리그 11연승을 달렸다.
기록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이승엽 감독과 관련된 것. 이승엽 감독은 KBO 역대 한국인 감독 부임 첫 시즌 최다 연승 '새역사'를 만들어냈고, 외국인 감독까지 범위를 넓히면 제리 로이스터(前 롯데, 2008년 11연승)과 '타이' 기록. 이승엽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의 11연승이 만들어진 2008년 9월 2일 사직 LG 트윈스전 이후 5439일 만의 사령탑 데뷔 첫 시즌 11연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경기 초반부터 롯데 마운드를 두들겼다. 두산은 3회말 허경민이 선취점을 시작으로 김재환의 투런홈런, 호세 로하스가 달아나는 적시타를 쳐 4-0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5회말 허경민과 김재환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양석환의 안타와 롯데 좌익수 신윤후의 실책 2개가 겹치면서 2점을 보탰고, 6회말 2, 3루 찬스에서 다시 한번 허경민이 타점을 뽑아내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시종일관 당하기만 하던 롯데는 7회초 김민석의 안타와 윤동희의 볼넷 등으로 만들어진 2, 3루 찬스에서 니코 구드럼이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간격을 좁혔다. 그러나 두산은 7회말 양석환이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다시 격차를 벌렸다. 뒤늦게 방망이가 터지기 시작한 롯데는 9회초 공격에서 3점을 손에 넣으며 두산을 쫓았으나 승기에 큰 변수는 없었다. 두산은 8-5로 승리하며 마침내 11연승을 완성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과 11연승의 기쁨을 함께 만끽했던 사령탑. 하지만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는 의외로 덤덤했다. 이승엽 감독은 "전광판을 보니 두산 베어스 최초 11연승이 나오니 실감이 나더라. 경기를 할 때나, 끝났을 때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이파이브를 하러 가니 '11연승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기분이 좋더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롯데와는 사연이 많은 이승엽 감독이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던 현역 시절 KBO는 물론 아시아 프로야구 '최초' 56홈런을 前 롯데 이정민을 상대로 뽑아냈고, 현역으로 뛰고 있는 구승민을 상대로는 400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리고 사령탑 부임 후 데뷔 첫 승을 롯데를 상대로 거뒀고, 이번 연승의 시작부터 신기록이 모두 롯데를 상대로 챙긴 승리로 만들어졌다.
사령탑은 "현역 때는 롯데를 상대로 조금 강했던 것 같은데, 사실 감독은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판단하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롯데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중·후반까지 두산은 '완승'을 거두는 듯했으나, 경기 막판 꽤나 고전했다. 이승엽 감독은 "필승조로 치면 김명신, 박치국, 정철원, 홍건희까지 이어졌어야 하는데, 오늘 점수 차이가 있었다. 때문에 투수코치와 '더 가자'고 했는데, 두 번째 이닝에서 조금씩 문제가 생겼다. 깔끔하게 이겼으면 가장 좋지만, 그런 부분은 보충을 하고 보강을 해서 다음에는 어떻게 투수가 베스트 퍼포먼스를 낼 것인지에 대한 정리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올 시즌에 앞서 진행된 '미디어 데이'에서 9개 구단 사령탑 모두가 5강 후보로 손꼽지 않았다. 당시 이승엽 감독은 "냉정한 평가 감사하다"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고, 그 평가가 지금의 두산을 탄생시켰다. 이승엽 감독은 "주위에서 5강으로 안 뽑아주셨으니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다. 야구는 선수가 하지만 '주위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줘도 괜찮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11연승을 내달리며 두산의 새역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지 않은 만큼 방심은 없다. 사령탑은 "아마 62~63경기 정도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팬분들도 많은 승리를 원하는 것을 알고 있고, 더 많은 승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어떤 경기를 하든 최선을 다해서 시즌이 끝났을 때는 '아 정말 고생했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지금은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이 써 내려가는 역사에는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 두산은 26일 롯데를 또 한 번 잡아내면 구단 최다 연승을 계속해서 새롭게 쓰게 되고, 이승엽 감독은 로이스터 前 감독을 넘어 부임 첫해 최다 연승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몇 연승까지 하고 싶으냐'는 말에 "내일(26일)만 이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와의 경기 3회말 1사 1루에서 허경민의 적시타에 선취점을 올린 정수빈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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