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바그너 무장반란 당시 우유부단”…러 “난센스” 일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으로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막지 못했으며, 반란이 일어난 후에도 마비된 듯 재빠른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우크라이나 관계자와 유럽 안보 담당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후 몇 시간 동안은 마비된 것처럼 보였다. (별다른)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최소 2~3일 전 러시아 보안국으로부터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준비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크렘린궁은 이에 대통령 경호인력을 강화하고 무기를 더 나눠주는 등 보안 강화를 했지만, 이 밖에는 별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당사자는 "푸틴 대통령은 (반란을)청산하고 주동자를 체포하기로 결정할 시간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 일은 발생했고, 모든 수준에서 마비가 있었다. 혼란과 절대적인 당혹감이 있었다. 오랫동안 그들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고 했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연합]

당시 무장반란에 나선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와 보로네시의 군사시설을 빠르게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한 당국자는 "러시아 권력구조 내 반란을 기다리는 듯한 고위급 인사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들은 프리고진의 시도가 더 성공했다면 반란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했다.

WP는 반란 당시 지휘 공백이 푸틴 대통령의 권위에 타격을 입혔을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정보기관과 관련된 모스크바의 금융업자는 "그(푸틴 대통령)는 '동네에서 가장 센 사람'이라는 평판을 잃었다"며 "러시아는 마피아식 규정대로 운영되는 국가다. 푸틴은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이라고 했다.

WP가 보도한 서방 당국의 평가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난센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때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우크라이나 전쟁 최일선에서 용병을 지휘하던 프리고진은 "전선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치욕"이라며 무장반란 후 더는 전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9일(현지시간) 공개한 텔레그램 영상에서 "아마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어떤 시점에 특별군사작전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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