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건축을 통한 사회 참여에 대해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2023. 7. 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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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근 충남도와 충남건축사협회를 중심으로 지역 건축사, 건축동아리 고등학생과 건축전공 대학생이 참여하는 캔스트럭션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1992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 행사로 통조림 식품을 쌓아 창의적인 조형물을 만들며, 대회가 마치면 모든 통조림을 지역 푸드 뱅크에 기부한다. 이를 통해 디자인과 공학을 활용한 독특한 방식으로 소외된 빈곤층 삶의 개선을 도모한다. 특히 캔스트럭션의 구조적 특징은 건축을 매개로 모든 관련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내 사회 문제에 함께 대응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건축부문의 산학관 구성원 모두에서 요구되는 전문인으로서 갖추어야 될 프로보노와도 연계된다. 이에 필자는 본 기고를 통해 프로보노의 의미와 각 구성 부문의 참여 사례를 살펴봄으로 건축인의 지역사회 봉사에 대한 이유와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프로보노로 축약되는 'Pro-bono publico'는 '공익을 위함'을 의미하는 라틴어다. 지역사회 봉사의 한 유형으로도 설명되지만, 구체적으로 보수 없이 수행되는 전문가 서비스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전문가로서 건축사의 지역사회 봉사 활동이 왜 중요한지를 먼저 논해야 하며, 이는 미국 건축사협회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미국 건축사이자 학자인 빅토리아 비치는 "프로보노는 전문직이 '특수한 지식'을 보유함의 의미에서 출발하며, 경제적 약자에게 그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전문직과 단순 사업을 구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독점적 전문 면허는 공익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부여됨을 시사하며, 건축사의 전문가로서의 법적 권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합의로 미국건축사협회는 2007년 회원의 프로보노 서비스를 포함한 공익 전문 서비스의 제공과 장려하는 내용으로 윤리 강령을 개정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프로보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문별 참여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축가의 사례로 프리츠크 상을 수상한 칠레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보편적 소셜 하우징으로 빈민이나 소외계층에게 주거를 공급하며 주거 형평성을 제공했고, 일본의 시게루 반은 재해로 인한 난민 임시 대피소를 제공하므로 난민을 도울 수 있는 건축 재료와 구법을 제안했다. 이러한 사례는 사회의 소외되고 불우한 계층에 대한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시사한다. 둘째, 학계의 사례로 캐빈 린치는 로스엔젤레스를 대상으로 주민의 인종별 도시 이미지맵을 연구했으며, 오스카 뉴만은 뉴욕시 공동주택 단지 형태에 따른 범죄율을 연구했다. 이는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과 도시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학자로서 학문적 관점의 참여라 평가할 수 있다. 셋째, 민간의 사례로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을 집필한 제인 제이콥스는 시민운동가로서 리더 역할을 통해 당시 철거형 도시재개발로 인한 지역사회의 파괴를 저지했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파괴된 미국 뉴올리언즈의 난민을 위한 주택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해 관련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프로토타입 주택을 제공했다. 이는 사회적 갈등과 재난에 대한 개입으로 거대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된다.

이 사례들은 건축전문성을 통해 각자의 범위와 깊이로 다양한 방식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련 부문 전체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건축을 개인의 직업적 관점의 경제 행위 또는 미학적 관점의 작품 행위를 넘어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로서 확장됨을 볼 수 있다. 해당 관점에서 충남 캔스트럭션은 앞서 언급한 거대한 사례와 차이를 가지나 동일한 사고적 맥락에서 작지만 첫 걸음으로서 지역의 산학관 구성원과 기업 및 자선단체가 함께함에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나아가 전문가적 프로보노를 시민의식으로 확장시킴에 대한 사회적 울림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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