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기다려주기, 믿어주기!

김윤희 예산 덕산중학교 교사.

중학교 담임을 맡았을 때는 진학 자문이나 생활 상담으로 학생 보호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학생 보호자를 만났지만 내 기억 속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학부모님이 계셔서 그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학생 아버님께서 상담을 요청하시고 학교로 내방 하셨다. 상담 신청의 연유를 여쭤보니 아이가 흡연을 하는 것 같아 심히 걱정된다고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아이가 흡연하는 모습을 우연히 밖에서 목격하였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주된 고민이셨다.

고민을 듣고 난 후 나는 아버님께 우선 학교생활에서 보았던 00의 인품, 교우 관계, 장점들을 소상히 말씀드렸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또래 친구들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무엇보다 큰 요인이라 호기심으로 흡연을 접하는 경우가 꽤 많음을 알려드렸다. 원하시던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강압적인 태도보다 상황을 보시고 기다렸다 00와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조언을 드렸었다. 그리고 현재 보호자의 대처 방식이 상당히 사려 깊고, 고민 해결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신 용기 또한 대단하다 칭찬과 격려를 해드렸다.

이야기 나누면서 학생 아버님의 굳어 있떤 표정이 점점 풀렸고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시며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시고 같이 해결 방법을 찾다 보니 안심이 된다. 아이를 더 믿고 기다린 후 천천히 다가가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몇 주 후 추수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보호자께 전화를 드리니 반가워하시며 고민하던 문제가 너무 잘 해결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전해 듣기로 학생이 마음 속 고민을 친구들과 나누다 집단 동질감을 느껴 몇 차례 흡연을 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아버님께서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혼내기 보다 묵묵히 자신을 믿고 기다려 주심을 아이가 알게 된 후 아버님을 더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셨다. 더불어 아이가 좋아하는 자전거 타기를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셨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의 문제나 고통을 발견하는 순간, 걱정되는 마음에 즉시 닦달하거나 감정적으로 앞서나가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학생 지도 방법에도 정확한 정답은 없지만 내가 만난 학생 아버지처럼 방법을 바꾸어 믿고 기다리는 자세로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을 믿어주고 기다려 주는 누군가에게 더 마음을 여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