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냉정함’ ‘유연성’… 11연승 이승엽의 두산은 최종 승자가 될 자격을 갖췄다
믿음을 잃지 않고 기다린다.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끝을 바라보고 달린다. 때로는 과감하고, 유연하다. 그야말로 ‘강자’의 면모를 갖췄다. 구단 역대 최다인 ‘11연승’을 달성한 프로야구 두산과 사령탑 이승엽 감독의 이야기다. 새내기 사령탑으로 이제 ‘초보 감독’ 꼬리표를 떼어내고 ‘덕장’의 모습을 갖춘 이 감독의 두산이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11연승을 통해 이 감독은 국내 사령탑 부임 첫해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도 세웠다. 1997년 천보성 LG 감독, 1999년 이희수 한화 감독, 2000년 이광은 LG 감독 등이 부임 첫해 10연승 기록을 남긴 바 있지만, 11연승은 없었다. 프로야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2008년 롯데에서 달성한 11연승이 국내외 감독의 부임 첫 시즌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인데, 이 감독은 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즌 중반을 넘어서며 두산이 강팀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지휘봉을 처음 맡은 이 감독의 경험이 쌓이며 리더십이 빛을 발휘했고, 믿음의 야구가 점차 실현되며 두산은 진정한 ‘원팀’으로 거듭났다. 그는 우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다. 11연승을 달성하는 데 투런포를 때리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재환에게도 그랬다.
이날 1-0으로 앞선 3회말 타석에 들어선 김재환은 롯데 선발 나균안의 시속 129㎞ 스플리터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8경기 만의 홈런이었다. 사실 중심타자인 김재환은 24일까지 7월 한 달 동안 타율이 0.162에 그친 상태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믿었다. 그를 3번으로 배치했다. 경기 전에도 “김재환이 좋아지고 있다. 마지막 열쇠”라며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신뢰했다. 결국 그의 뚝심은 경기에 표출됐다. 김재환은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2득점으로 승리를 이끌면서 믿음에 보답했다.
김재환은 경기 뒤 “11연승인데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다. 선수단 모두가 합심해 만든 결과다. 내 홈런이 팀 역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면 그 자체로 감사하다”며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선수단 운영에서도 유연하고,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을 치르던 중 부상 등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자 은퇴 갈림길에 서 있던 ‘베테랑’ 좌완 장원준을 중용해 공백을 막았다. 최근엔 퓨처스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하던 박준영을 거침없이 1군으로 콜업했다. 박준영은 7월 5경기 성적에서 타율 0.467, 1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두산의 화력에 큰 힘을 보탰다. 또 두산은 부상이 재발한 딜런을 대신해 지난해 뛰었던 브랜든 와델을 재영입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 전략도 적중하는 모양새다. 브랜든은 이날 선발로 나서 5이닝 5피안타 9탈삼진으로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즌 3승(1패)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1.04에서 0.87까지 떨어졌다. 침묵하던 외국인 타자 로하스도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고, 베테랑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구단의 새 역사를 쓴 이 감독과 선수들은 오히려 냉정함을 유지한다. 경기 후 이 감독은 “별다른 느낌은 없었고, 전광판에 문구가 나왔을 때 ‘11연승 했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모든 평가는 시즌이 끝나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60경기 정도가 남았고, 내일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당연히 선수들도 만족하지 않겠지만, 코치진과 스태프들도 만족하지 않고 더 집중하겠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연승 기록이 빛이 바래지 않기 위해서는 시즌이 끝났을 때의 성적표가 좋아야 한다. 가을 야구에 가서 마지막 승자가 되는 것이 모두의 목표일 테다. 이 감독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선수들도 끝까지 나아가겠다는 마음은 같다. 김재환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 연승 기록을 떠나 올해 늦게까지 야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캡틴’ 허경민도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을 동료들이 알았으면 좋겠으면서도 연승을 신경 쓰진 않았으면 한다. 언젠가 질 때도 있겠지만, 연승과 연패보다는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했으면 한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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