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억 들인 한국 SF신작 ‘더 문’…배경은 우주, 감성은?

강푸른 2023. 7.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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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영화 ‘더 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용화 감독과 도경수, 김희애, 설경구 배우(왼쪽부터 순서대로) .


반드시 살아서 귀환하라는, 죽음을 앞둔 상관의 마지막 명령. 대형 전광판에 뜨는 실시간 속보를 보며 울고 웃는 군중들. 군인 대원의 복귀를 기다리는 임신부 아내. 어떤 상황에도 주인공과 함께 하는, 동료 대원의 아이가 준 인형. 긴박한 순간 끼어드는 한국식 유머. 올 여름 신작 SF영화 '더 문'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다 있습니다. '신과 함께' 1·2편으로 한국영화 최초의 시리즈 연속 천만 돌파 기록을 세운 뒤 처음으로 내놓는 김용화 감독의 신작입니다.

앞서 열거한 소위 '아는 맛' 연출을 통해 김 감독은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려 노력합니다. 달 탐사를 소재로 했지만, 영화는 과학적 정밀함이나 상상력보다는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 배우)와 이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 배우), 숨은 조력을 아끼지 않는 미국 NASA 소속 '문영'(김희애 배우)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춥니다. 인물의 동기는 가족 같은 사이였던 동료에 대한 죄책감이나 배신감,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인물에 대한 옛 정 등으로 설명되고, 나중에는 영화가 직접 '인류애의 가치'를 호명하기도 합니다.

25일 영화 ‘더 문’의 김용화 감독이 시사회를 앞두고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감독 스스로도 영화가 전달하는 주요 감정의 키워드로 '위로'와 '용서'를 꼽습니다.

"제가 이제 일곱 번째 작품을 하고 있는데요. 한 번도 변한 게 없는 게 저는 결국 위로와 용서에 대한 부분을 못 벗어나는 건가 싶어요. 혹자가 영화 감독은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얘기만 한다고 했는데, 전 그걸 부정했거든요. 근데 이제 20년 해보니까 '아, 맞는 말이구나'. (웃음) 위로와 용서는 제가 영화를 시작한 동기이고, 관객들에게 계속 그 두 가지 키워드로 소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에 고립된 인물의 생존과 귀환을 다룬 줄거리에선 자연스레 '마션'과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 쟁쟁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를 주요하게 참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우주 영화는 다 참고 대상이니 당연히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마션도' 참고 작품이지만 4년 전부터는 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바이어스(bias·편향)를 가지는 게 너무 싫었고요. 사람을 구출하는 플롯에 대해서도 그렇게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강점, 즉 인물들의 관계를 잘 엮어내 감정적 쾌감을 주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입니다. '여타 할리우드 또는 중국 영화들하고 비교했을 때 낫다고는 못 해도 처진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영화 ‘더 문’의 한 장면. CJENM 제공.


감독 스스로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하나가 또 있습니다. "할리우드가 1억 원에 할 일을 1천만 원에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한, 영화의 시각 특수효과(VFX)입니다. 특수 효과에 쓰인 금액만 따로 추산하긴 어렵지만, '더 문'은 올 여름 개봉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인 28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습니다.

" 280억 원이 작은 예산은 아니지만, 이 정도 예산으로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건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할리우드 대비 정말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굉장히 연구를 많이 했어요. 쇼트를 늘리기보다는 수를 줄이고, 텍스쳐(질감)를 올려서 사진처럼 정교한 품질을 느끼게 해 주자. 그런 쪽으로 승부를 한 거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평가가 기대됩니다."

'신과 함께' 연작만으로 2,60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던 김용화 감독. 감독은 지난 1월 영화 전문지 인터뷰에서 이 영화 후반 40분에 감정과 기술 모든 측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다른 전작 '국가대표' 의 벅찬 감정을 응축해 녹여내고 싶었다며, '더 문'이 '신과 함께' 시리즈보다 슬프다는 동료 제작진의 감상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지옥에서 우주로 무대로 옮긴 김 감독의 새 영화는 이번에도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다음달 2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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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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