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직접 나섰다…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 '차량용 반도체'

이한듬 기자 2023. 7. 2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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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불황 극복 열쇠 '차량용 반도체'] ② 2025년 차량용 메모리 1위 달성 4총력

[편집자주]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업황 반등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기업들은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재용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고 SK하이닉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표준을 획득했다. 중소·중견기업들도 앞다퉈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는 중이다. 반도체 불황을 극복할 열쇠로 부상한 차량용 반도체. 현황과 미래를 살펴봤다.

지난 5월 미국 실리콘벨리에 위치한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세번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왼쪽 네번째)가 만났다. / 사진=삼성전자
▶기사 게재 순서
①다가오는 반등의 시간… 차량용 반도체, 불황 종료 당긴다
②이재용 직접 나섰다…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 '차량용 반도체'
③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차량용 반도체 '각축전'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차량의 첨단화·전동화 추세에 따라 고부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사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풍부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차량용 반도체 역량 확대에 추동력을 싣고 있다.


커지는 차량용 반도체, 3년 뒤 122조원 규모로


삼성전자가 전장용 반도체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파른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자동차가 점차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으로 첨단화됨에 따라 인포테인먼트(IVI),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기 파워트레인 전력 반도체 등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평균 200~300개의 반도체가 탑재되는 반면 전기차에는 1000개,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이 탑재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정보통신(IT)제품 수요감소로 반도체 재고가 늘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은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635억6300만달러(약 80조7300억원)에서 2026년 962억3100만달러(약 122조21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2.8%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해 말 "2030년이면 자동차가 서버·모바일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3대 응용처로 성장할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침체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첫 진입한 이후 빠르게 사업을 확대해 왔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2017년엔 업계 최초로 범용 플래시 메모리(UFS) 차량용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차량용 오토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오토 LPDDR5X(저전력 D램), 오토 GDDR6(그래픽 D램) 등 차량과 관련된 다양한 응용처에 대응할 수 있는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2018년 자동차용 반도체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 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출시했다. 엑시노스는 IVI 시스템용 V시리즈, ADAS용 A시리즈, 텔레매틱스 시스템용 T시리즈로 나뉘며 아우디,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V 시리즈를 납품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지난해 12월17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와 미팅을 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차량용 반도체 직접 챙긴다


차량용 반도체를 육성하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도 남다르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고객사들과 협력을 모색하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현대차 차량에 프리미엄 IVI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배경에도 이 회장의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이 그동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잇단 회동을 통해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 왔기 때문이다.

양사는 2025년 공급을 목표로 협력할 예정이다. 미래차를 위한 첨단 기술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힘을 합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업계에서는 양사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엔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차량용 반도체 협력 방안을 직접 논의했다.

당시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회장이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별도 미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만큼 삼성전자가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 확대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차세대 IT 기술 개발을 위한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인천 영종도 소재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과 만났다. 지난해 6월 독일 뮌헨 BMW 본사에서 가진 이후 6개월 만에 재회동한 것이다. BMW의 i7에 삼성SDI 'P5' 배터리셀을 탑재한 것을 기념한 만남이지만 이 자리에서 이 회장과 집세 회장은 배터리를 넘어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에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고객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피재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운전자에게 최적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최첨단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공급을 위해 전 세계 다양한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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