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한을 풀었다…‘골때녀’ 심판 오현정의 월드컵 꿈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목소리를 듣지 못해도 알 수 있었다. 밤잠을 미루며 보낸 문구에는 꿈을 이룬 자의 신바람이 느껴졌다.
그라운드의 판관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는 오현정 심판(35)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26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이든파크에서 열리는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C조 스페인-잠비아전에 주심으로 휘슬을 분다.
오 심판은 25일 기자와 주고 받은 서면 인터뷰에서 “아직 실감은 안나요. 선수들과 함께 필드에 올라선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갈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오 심판은 스포츠 예능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에서 이름을 알렸지만, 국제심판으로는 이미 굵직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2014년 코스타리카, 2022년 인도에서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 심판으로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2017년에는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여자 심판상까지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 세계 최고의 심판만 참가할 수 있는 월드컵에 초대를 받았다. 한국인 심판이 월드컵 주심을 맡는 것은 2011년 독일 대회 차성미 심판 이후 12년 만이다. 오 심판은 4년 전 프랑스 대회에선 심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도 낙마했던 한을 씻어냈다.
오 심판은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게 더 좋다”면서 “심판으로 활동하는 날 묵묵히 응원만 해주셨다. 심판으로 경기 배정이 됐으니 부모님에게 내가 맡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이번이 내 마지막 월드컵일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험이 많은 심판도 판정에 불만을 품은 팬들의 반응에 가족이 상처받는 것을 걱정하는 것과 다른 반응이다.
오 심판은 자신의 노력을 믿는다. 그는 지난 3월 프로축구 K리그2 천안-부천전을 시작으로 여자가 아닌 남자 축구에서도 주심을 맡으면서 빠른 템포에 적응을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진 여자 축구의 세밀한 플레이에 신경쓰면서 돌발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분석도 잊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월드컵 심판들의 베이스캠프인 호주 시드니 올림픽파크부터 호흡을 맞춘 동료들도 믿는 구석이다. 그는 이번 경기에 부심인 이슬기·박미숙 심판과 함께 경기를 주관한다. 역대 처음으로 한국 여자 심판 3명이 월드컵 경기의 주·부심을 맡는 역사적인 경기다.
오 심판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좋은 팀워크로 경기를 잘 끝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 심판이 스페인-잠비아전을 잘 풀어내면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결승전까지 휘슬을 잡을 기회도 있다. 축구 선수들이 월드컵 참가에만 만족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
다만 선수들이 실력으로 천장을 깰 수 있는 것과 달리 심판은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공정한 판정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도 자국 선수들이 선전하면 심판은 귀국길에 오르는 일이 종종 생긴다. 콜린 벨 감독(62)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의 이번 대회 선전에 따라 오 심판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오 심판은 자신이 더 높은 무대로 올라가지 않아도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을 바란다. 그는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면 행복한 발걸음으로 집에 가겠다. 비록, 한국 선수들이 대회에 나서는 호주가 아닌 뉴질랜드에 머물겠지만 멀리서라도 계속 응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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