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밀수'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몰라

조연경 기자 2023. 7. 2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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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름 시장 韓영화 빅4 첫 타자 '밀수' 리뷰
20년만 女투톱 메가폰 류승완 감독 '장기 살린 변주' 쾌감
김혜수·염정아 주축으로 박정민·김종수·고민시 그리고 조인성 활약
70년대 비주얼·수중 액션·캐릭터 맛·반전 서사…볼거리 원톱
출연: 김혜수·염정아·박정민·김종수·고민시 그리고 조인성 등감독: 류승완장르: 해양범죄활극등급: 15세이상관람가러닝타임: 129분한줄평: '인어공주'는 고개를 들어 '밀수'를 보라팝콘지수: ●●●◐○개봉: 7월 26일 줄거리: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

기다림 만큼 예상 된 반가움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이제 관객 배신하는 법을 완벽히 잊어버린 듯한 류승완 감독은 상업 오락 영화 최전선의 명장임을 다시 한 번 확인 시킨다. 응원을 부르는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기획과 관객이 보고자 했던 기대가 일맥상통하는 쾌감. '밀수'가 또 해냈다.

올해 개봉하는 여름 텐트폴 영화 네 작품 중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난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시작으로 톰 크루즈 등판에 이어 한국 영화 빅4 출격까지 지난해 스크린 행보와 꼭 닮은꼴 흐름에 업계 예측은 그간 우려의 비율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났던 것이 사실. 하지만 공개된 '밀수'는 "시작이 '밀수'라 진심으로 다행이다"를 외치게 만든다.

순제작비 175억으로 빅4 중 가장 알짜배기 완성도를 자랑한다. 범죄 액션 활극의 배경을 바다로 옮겨 최근 할리우드가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해양 영화 못지 않은 충무로표 해저 탐험을 완성했다. 시대는 과거로,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감성과 발전된 기술력을 한번에 담아낸 것이 흥미롭다.

류승완 감독이 도전을 멈추지 않아 좋은 건 결국 관객이다. '모가디슈'에 열광했더니 과감하게 '여성 투톱 블록버스터'를 들고 나왔다. 그들을 망망대해 바다로 이끌어 여름 배에 올라탔다. 어느 것 하나 모험이 아닌 포인트가 없다. 안전을 꾀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해볼까?'에 베팅했다. 영향력과 자신감의 긍정적 활용이다.

류승완 감독은 최근 한국 영화계의 어려움에 대해 "영화를 잘 만들면 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짧고 굵은 정답. 그 정답이 곧 '밀수'다. 잘 빠진 오락 영화의 대표작이 될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 '범죄도시3'가 닦아 놓은 길, '밀수'가 고스란히 밟을 예정. '빅4 중 원톱 자리를 따 놓고 갈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드디어 만난 女블록버스터…류승완의 자신감
70년대 어촌에서 소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가상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하는 '밀수'는 70년대 실제 어촌에서 성행한 '해양 밀수'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어부와 해녀들은 생계를 위해 적정선을 지키며 자신들의 강점을 살린 해양 밀수를 시작, 군천을 '돈 흐르는 도시'로 바꾼다.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화를 입는 법. 세관에 딱 걸린 금괴 밀수에 이들은 사람도 잃고 가족도 잃고 삶의 터전도 잃는다. 진숙(염정아)은 감옥으로, 홀로 현장을 벗어난 춘자(김혜수)는 소문으로만 존재하며 그대로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2년 후, 살아남은 춘자가 또 살아남기 위해 큰 일거리를 물고 군천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진숙과 춘자의 남다른 관계성을 중심으로 오해와 배신, 의리와 복수의 과정을 스펙타클하게 그려 나간다. 때론 감성적으로, 때론 지략적으로 관객들을 혼돈케 하는 것은 물론, 시간 역순과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투입으로 판도라의 상자가 끝없이 열리는 느낌을 선사한다. 믿고 싶은 사람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았다'는 결과가 아주 오랜 만에 스크린을 뚫고 강력하게 보인다. 감독은 독하게 카메라를 갈았고, 배우들은 더 독하게 캐릭터를 씹어 먹었다. 누구 하나 지지 않으려는 열정이 충만하다. 음악, 미술, 의상, 분장, 촬영, 편집 등 충무로 장인들의 힘도 여지없이 대단하다.

기초 공사가 탄탄하니 무엇을 쌓아 올려도 안정적이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알고, 작은 것을 보면 큰 건 안 봐도 믿는다고 하다하다 소소하고 귀여운 자막까지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색깔 하나, 글씨체 하나마저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난다. 티끌을 넘어 마지막 클라이막스 '수중 액션'이라는 태산은 가히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시원함과 신선함을 선사한다. 함께 물살을 가르고 싶은 대리 만족이 압권이다.

캐릭터 무비의 힘이자, 궁극적으로 관객들을 극장에 불러 들여야 하는 배우들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의 정석이다. 반전 없는 캐릭터가 없고, 각자 개성이 뚜렷한 만큼 돋보이지 않는 캐릭터도 없기에 따로 또 같이 얽히고 설키며 관객들을 홀린다. 다만 삼삼오오 뭉쳤을 때 의외로 어우러지지 않는 관계성들이 살짝 살짝 보이고 병풍처럼 활용 된 해녀들의 미비한 존재감은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사실. 그러나 최선의 결과라는 것도 확인된다.

김혜수의 터프하고 상스러운 변신, 염정아의 단단한 리더십이라는 두 기둥이 '밀수' 배를 끝까지 산으로 가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조인성'으로 소개되듯 짧고 굵은 조연으로 참여한 조인성은 '몇 안 되는 등장 신을 어떻게 해서든 잘생기고 멋지게 찍어 주겠다'는 류승완 감독의 강력한 의지가 매 컷, 매 장면에서 돋보인다. 조인성을 위해 감독의 카메라와 혼이 동시에 갈렸다면, 박정민·고민시는 스스로의 영혼을 갈아 넣은 연기로 박수를 터지게 만든다. 대견한 막내들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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