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맨’ 유튜브서 수다떨고 80Kg까지 살 찌운 박정민 “연기 강박에서 자유로워졌죠”[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허리춤 가득한 배둘레햄.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구레나룻에 찰진 충청도 사투리. 26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장도리 역의 박정민이다.
영화 ‘파수꾼’(2011), ‘동주’(2016), ‘변산’(2018) 등 출연작마다 색다른 변신을 보여주며 연기 잘하는 배우로 각인된 그지만 ‘밀수’에서 보여준 박정민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다. ‘밀수’의 흥행에는 박정민의 어시스트가 두 주연 여우 김혜수, 염정아의 골인을 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영화 속 낯선 자신의 모습에 흡족해하며 “무척 신나 연기했다”고 털어놓았다.
밀수범죄에 뛰어든 해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박정민은 군천 지역을 접수한 건달 장도리를 연기했다. 외지 출신인 장도리는 자신을 거둔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 분)의 부친이 사망한 뒤 지역 밀수 조직의 우두머리가 돼 해녀들을 착취한다.
학창시절부터 류승완 감독의 열혈 팬인 박정민은 처음 출연 제안을 받은 뒤 “감사하면서도 의아했다”고 말했다.
“감독님한테 저를 왜 장도리로 캐스팅했냐고 차마 여쭤보지 못했어요. 물어보면 ‘싫어?’라고 하실까 봐요.(웃음) 다만 영화 ‘시동’(2019)을 통해 외유내강과 인연을 맺은 만큼 이제 감독님 작품에 출연할 때가 됐다 생각했죠.”
류승완 감독은 박정민에게 동네 건달처럼 보이기 위해 몸을 크고 탄탄하게 만들라고 주문했다. 소식가로 잘 알려진 박정민이지만 피자, 햄버거, 치킨을 먹으며 80Kg까지 살을 찌웠다.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려던 찰나, 피팅룸에서 만난 류감독은 동네 아저씨처럼 배가 나온 박정민의 모습을 더 마음에 들어 했다. 구레나룻 헤어스타일과 나팔바지같은 의상은 류감독과 춘자 역의 김혜수 아이디어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니 신이 났어요. 저는 평소 말이 없고 감정표현에 서툰 편이라 화가 나도 평온한 사람인데 장도리 분장을 하니 표현의 폭이 대폭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장도리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악당이긴 한데 느와르영화의 악당과 달리 우스꽝스러운 겉모습에서 오는 헐렁함이 엿보이는 인물이죠.”
류승완 감독의 오랜 팬들이라면 장도리 역에서 류감독의 동생인 배우 류승범을 떠올릴 법도 하다. 박정민 역시 “나도 장도리 역은 류승범 형이 딱이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더욱 비교당하지 않기 위해 그 형을 떠올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한 인물)인 장도리는 ‘전국구 밀수 오야붕’ 권상사(조인성 분)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는 척하지만 비겁한 방법으로 권상사의 뒤통수를 친다. 두 사람이 붙는 장면이 의외의 결과를 낳은 것도 인상적이다.
“인성이 형도 경운기 타고 온 애들에게 지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요.(웃음) 촬영하며 본 인성이 형의 클로즈업 신은 제가 봐도 멋있어서 ‘이게 다 뭐야’ 했죠. 저는 흑화된 장도리의 모습을 보여줬다는데 의의를 뒀어요.”
박정민은 스마트한 배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중학시절까지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충청지역 수재들만 모인다는 공주한일고에 진학했다. 고교시절 영화감독을 꿈꿨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진학에 실패한 뒤 100일동안 공부해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사실은 웹툰작가 이말년이 진행하는 유튜브 ‘침착맨’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늘 1등만 했던 버릇은 박정민에게 알게 모르게 ‘강박’을 심어줬다 . 박정민은 “예전에는 직업이 배우라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연기도 한 치의 오차없이 해내고 싶었다. 마치 문제집 푸는 것처럼, 모범답안을 써내는 것처럼 연기하려 했다”며 “지금은 직업 때문에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는 습성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이런 그의 변화는 유튜브 ‘침착맨’에서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제가 ‘침착맨’ 유튜브에 출연하는 걸 가장 걱정하는 이들이 침착맨이죠.(웃음) 가까운 지인(故박지선)이 세상을 떠난 것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어요. 예전에는 성공해야 행복하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한 게 최고라고 마음가짐을 바꿨죠.”
자신을 꽁꽁 옭아맨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뒤 그의 연기 역시 물 만난 고기마냥 펄떡이며 살아 숨 쉬게 됐다.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장도리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박정민은 ‘밀수’에 이어 현빈과 함께 한 ‘하얼빈’,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인성이 형에 이어 연이어 미남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며 웃었다.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전전하던 배우가 여름 대작 영화에서 인사를 드리는 것 자체가 신기해요. 과거처럼 자신을 괴롭히고 학대하는 걸 줄이니 마음도 한결 편해졌죠. 결국 내게 에너지를 주는 건 사람이었어요.”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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