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임플란트 하고 돈 벌어"…韓 치아보험 속속 빼먹는 중국인들
"언니, 나 305만원 들어왔어", "언니, 나 또 돈 들어왔어. 이번엔 321만원이야"
지난 5월, 중국인 A씨가 친한 언니와의 대화 일부를 중국 SNS에 올리면서 공개한 내용이다. 당시 한국에서 치과 치료를 받았다는 중국인 A씨는 여러 보험사에서 총보험금 700만원을 타냈다며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그는 1년 1개월 전, 국내 다수 보험사의 치아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는 "치과 치료비로 190만원을 내고, 보험금으로 700만원을 챙겼다"며 "한국에선 치아보험에 가입하면 공짜로 치과 치료도 받고 돈까지 남길 수 있다. 여러분도 한국에서 치과에 가기 전 치아보험에 가입하라"고 독려했다.
A씨처럼 최근 한국에서 치아 보험금으로 통장을 두둑이 배불렸다는 '신종 투자법'이 한국 거주 중국인들 사이에서 활발히 공유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에선 한국에서 치과 치료를 받기 전, 치아보험에 가입하면 돈을 쏠쏠히 벌 수 있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치과 치료 가운데 가장 비싼 치료인 임플란트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수백만 원 타냈다는 인증 게시물에선 '임플란트 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임플란트를 3개 심었다는 B씨 역시 치아보험 덕분에 '임플란트 재테크'를 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에 그가 지난 4월 올린 게시글에선 "지난 3월 치료받고 보험금 180만원을 받아, 보험금이 더 안 나올 줄 알았다"며 '두 번째'로 받았다는 보험금 입금 내역을 인증했다. 그가 두 번째로 받은 보험금 258만원엔 임플란트 보철 치료(150만원)와 잇몸뼈 이식비용(75만원)에 영구 치아 상실 위로금(30만원) 등이 지급 담보로 포함돼 있었다.
B씨는 "지난주 금요일에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번 주 월요일에, 이렇게 빨리 입금될 거라 예상 못했다"며 "공짜로 임플란트하고서도 '임플란트 재테크'라고 해도 될 정도로 돈이 많이 남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조만간 크라운도 씌울 예정이라고 한다. B씨는 "한국에서 치아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꼭 치아보험에 가입하라"면서 "적은 돈으로 큰돈을 아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가입자 한 명이 국내 여러 보험사의 치아보험을 한꺼번에 드는 이른바 '무더기 가입' 사례도 적잖게 발견된다. 치아보험을 여러 개 가입한 후 면책 기간이 지나고 치료받아 거액의 보험금을 타냈다는 후기도 줄을 잇는다. 중국인 C씨가 인증한 입금 내역에 따르면 그에게 보험금을 입금한 국내 보험사만 무려 여섯 곳이며, 보험금으로 지급한 금액만 583만2000원이었다. 그중 라이나생명보험에서 161만5000원을, 하나손해보험에서 129만5000원을, 삼성생명에서 118만5000원을 받는 등 100만원 넘게 지급한 보험사가 세 곳에 달한다. 그는 "한국 치과에서 보철치료인 레진 12개, 골드인레이 1개를 치료받고, 치료비 167만7500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보험금을 500만원 넘게 타낸 사례는 또 있었다. 지난해 9월 임플란트 수술을 받고 치아 보험금으로 271만2000원을 받은 D씨는 입금 내역을 친구에게 공유하며 "또 들어왔네"라고 알렸다. 그는 이 게시물에서 "하하하. 저번에도 520만원 탔는데 또 탔네"라며 "한국에서 임플란트를 심거나 크라운을 씌우려는 사람은 치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려 800만원 가까이(791만2000원) 보험금을 타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 전문가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은 월 납입료를 생각해 한 군데서 많게는 두 군데까지 가입한다"며 "하지만 세 군데 이상, 특히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일곱 군데나 가입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입 당시 치아 상태가 나빴어도 알리지 않아, '고지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대개는 가입 후 1년 후부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치아 상태가 나쁜 상태로 1년 이상 참고 지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치아보험은 치료 보장 내용에 따라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면책 기간을 둔다. 일반적으로 가입자는 계약일로부터 1~2년 미만이면 약정 보험금의 50%를, 그 기간이 지나면 100%를 보장받을 수 있다. 1년 이상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 가운데 임플란트·보철 치료 등 수십만원에서 수백만 원 상당의 치료를 받을 계획이라면 치아보험부터 가입해 면책 기간이 지난 후 치료·보상받고 보험을 해지하더라도 '남는 장사'일 수 있단 얘기다.
국내 보험업계는 2018년 초부터 치아 보험 상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엔 임플란트 특약, 크라운 개수 무제한 정액 담보 지급 혜택 등을 담은 치아보험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치아보험 상품이 다양해진 데는 2017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민간 보험사들의 치과 치료 보험금 지급 부담률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 기간에 임플란트 수술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임플란트 수술(치아 단순 제거 후 식립)을 받은 환자는 2017년 3만8313명에서 지난해 9만3493명으로 5년 새 2.4배 많아졌다.
한편 지난달 29일 머니투데이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 3사의 '중국인 가입자' 실손보험 손해율은 △A사 123.1% △B사 124.1% △C사 110.7%로, 다른 외국인 가입자들과 비교하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이 124%라는 건 보험사가 100만원의 실손보험료를 받으면 보험금이 124만원 나간다는 의미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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