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용역업체·도로공사·양평군의 수상한 '3자회의'

CBS노컷뉴스 변이철 기자 2023. 7. 2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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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는 왜 '국토부 공문 발송' 前에 양평에 갔을까?
국토부, 양평군 의견 수렴하며 노선은 '대외비' 취급
도로공사 내부 문건엔 '최적노선 선정' 회의 명시
여현정 "최적노선 논의 분명…양평군, 거짓 해명 중"
양평군의 초특급 '대안 노선 제시'…어떻게 가능했을까
양평군, 국토부 회신하자마자 김선교, 'IC 문제' 제기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연합뉴스

양평군은 지난해 7월 26일 서울-양평고속도로 대안 노선에 대한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양평군은 국토부에 의견을 회신 하기 전에 용역업체,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두 차례나 회의를 가진 사실이 밝혀졌다.

또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공문에는 첨부하지 않은 '최적노선'을 가지고 논의가 이뤄진 정황도 드러나 의혹이 일고 있다.

그 당시 서울-양평고속도로 대안 노선을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다시 촘촘히 살펴봤다.

용역업체·도로공사·양평군의 수상한 '3자회의'


25일 CBS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지난해 7월 18일 서울-양평고속도로의 노선계획과 관련해 양평군의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0일 양평군청에서는 용역업체와 한국도로공사, 양평군 관계자 등이 모여 3자회의가 열렸다.

특히 이들 3자는 이보다 20일 전인 지난해 6월 30일에도 양평군청에 모여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평가 관계기관 회의'를 이미 한차례 가졌다.

따라서 7월 20일에 열린 3자회의는 2차 회의였던 만큼 노선변경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진선 양평군수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양평군 양서면 대아교회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노선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양평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양평군 관계자는 "용역업체와 도로공사 측이 당시 보안상 이유를 들며 노선도를 공문에 첨부하지 않고 직접 가져와 군의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제시한 것은 예타안과 비슷한 노선도였을 뿐, 강상면 종점안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그나마 예타안 노선도도 사정을 해 사진을 간신히 찍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양평군 의견 수렴하며 노선은 '대외비' 취급


국토부가 굳이 노선도를 '대외비'로 정해 공문에 첨부하지 않은 점은 의문이다.

예타안의 세부 내용은 KDI가 지난 2021년 5월 홈페이지에 올린 예타보고서를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한국도로공사의 '내부 출장계획 보고' 문건이다. 문건에는 지난해 7월 20일 오후 1시 양평군청에서 회의가 열린다고 적시됐다.

회의의 내용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최적노선 선정'을 위한 관계기관 의견수렴이었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는 용역업체와 도로공사, 양평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강상면 종점안이 '최적노선'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도로공사 내부 문건에 등장하는 최적노선이 '강상면 종점안'이 사실이라면, 국토부가 공문의 별첨자료에서 '노선도 별도 송부'라며 대외비 취급을 한 이유도 설명된다.

도로공사 내부 문건엔 '최적노선 선정' 회의 명시


실제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민간업체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는 이미 이날 회의보다 약 두 달 전인 지난해 5월 24일, 국토부와 용역착수 보고회의를 갖고 '강상면 종점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국토부와 도로공사, 용역업체는 지난해 6월 24일과 7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관련 회의를 이어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모습(위 사진과 대안 노선 종점으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당시 '강상면 종점안'은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제2차 양평군청 3자회의에서 '이 부분이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군의 해명은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현정 양평군의회 의원은 "국토부가 양평군에 검토의견 회신 공문을 보내기도 전인 지난해 6월 30일에 이미 도로공사와 용역업체, 양평군이 군청에서 사전 회의를 가진 사실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평군은 지난해 7월 20일에도 '양서면안(예타안)을 가지고 회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도로공사 내부 문건을 보면 예타안이 아닌 최적노선을 가지고 논의한 것이 분명하다"며 "양평군이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현정 "최적노선 논의 분명…양평군, 거짓 해명 중"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양평군의 검토의견 회신이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이다.

양평군은 도로공사와 용역업체 관계자와 제2차 3자회의를 마친 뒤 6일만에 3가지 노선안을 회신했다.

제1안은 예타를 거친 기존안인 '양서면 종점안', 제2안은 용역업체가 추진하겠다고 이미 밝혔던 '강상면 종점안', 제3안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두 안의 중간지점을 통과하는 안이다. 3개 안 모두 양평군 내 IC(나들목)가 설치됐다.

연합뉴스


양평군은 이 안들을 국토부가 공문을 발송한지 8일만에, 또 3자 회의를 한 지 6일만에 만들어 26일에 회신했다. 실제로 주말을 빼면 양평군은 3자 회의 4일만에 3개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양평군의 검토의견 회신 만료기한은 지난해 7월 29일이었다. 이보다 사흘이나 앞당겨 서둘러 제출한 것도 이례적이다. 군 의회나 주민들을 상대로 한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없었다.

양평군 제안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당연히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의혹'을 촉발시킨 제2안이다. 용역업체가 도로공사와 국토부 등과 협의를 거쳐 추진 중인 '강상면 종점안'과 거의 유사하다.

양평군의 초특급 '대안 노선 제시'…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도로공사, 용역업체, 양평군 3자가 진행한 지난해 6월 30일 1차 회의와 7월 20일 2차 회의에서 '강상면 종점안'이 사전에 논의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해당 노선들을 제시하고 결재한 도시건설국장 A씨는 김 여사 일가의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다.

A씨는 지난해 7월 7일, 전진선 현 양평군수가 취임하고 6일 만에 전격적으로 '원포인트' 인사로 승진해 주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국토부가 양평군에 공문을 보내 처음 의견을 물었던 시점이 A씨 승진 후 약 10여일 뒤인 7월 18일이었다. A씨는 지역에서 김선교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도 알려졌다.

양평군, 국토부 회신하자마자 김선교 의원은 'IC 문제' 제기

 
양평군이 이처럼 '강상면 종점안'을 포함한 3가지 안을 국토부에 회신하자마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김선교 전 의원도 움직였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8월 1일 제398회 국회 임시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상대로 질의에 나섰다.

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타당성조사에서 우리 양평군 관내에 나들목이 한 군데도 없다"며 "한 14km가 넘는다. 나들목이 있어야 교통 체증이 해소된다. 이 부분은 꼭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국토부는 '강상면 종점안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양평군내 IC 설치를 주요한 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강상면 종점안만이 IC 설치가 가능하고, 예타안을 포함한 나머지 안은 IC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논리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해 야권의 "거짓 선동"이라고 비판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TV 캡처


답변에 나선 원희룡 장관의 발언도 주목된다.

김 전 의원은 질의과정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원 장관은 '양평군 관내에 나들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남, 광주는 (나들목이) 있는데 막상 양평이 없으니까(요)"라고 화답했다.

이같은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원 장관은 지난해 8월 '서울-양평고속도로의 나들목이 하남과 광주에는 설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정도로 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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