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한 가성비 없다”… MG손보 인수에 교보생명·우리금융 참전 예고

진상훈 기자 2023. 7.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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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저렴한 가격에 손보 사업권 취득 강점
지주사 전환 급한 교보, 보험사 없는 우리 관심
예금보험공사-JC파트너스 법적 분쟁이 리스크
서울 시내의 MG손해보험 지점 모습. MG손보는 저렴한 가격에 손해보험 사업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최근 교보생명, 우리금융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뉴스1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MG손해보험에 여러 금융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작업을 주도하는 만큼 다른 보험사 매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커, 손해보험 시장 진출을 노리는 생명보험사와 금융지주사들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다.

다만, 변수도 있다.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현재 예보의 관리를 받고 있다. MG손보의 경영권을 갖고 있었던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는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 달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만약 양측의 법정 공방이 장기화할 경우 매각도 답보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 지주사 전환 급한 교보, 보험사 없는 우리 관심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MG손보 인수를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금융사 중 한 곳은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은 이미 지난달 20일 이사회를 열어 손해보험업 진출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교보생명은 현재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손보사 인수가 필수적이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으로 금융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인가를 얻기가 수월하다. 또 최근 몇 년간 생명보험이 불황을 겪고 있는 데 비해 손해보험은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주주들을 상대로 지주사 전환에 대한 협조도 얻을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온라인 손해보험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지분을 인수한 후 함께 악사손해보험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손보 지분 인수 작업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악사손보도 예상한 수준보다 높은 가격이 제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면서 결국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MG손보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현재 은행권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과 보험 계열사가 없다. 이 때문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증권사 인수가 우선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현재 매력적인 매물이 적어 손보사로 먼저 눈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이 밖에 손보업 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도 MG손보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비대면 디지털 손보사인 하나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을 두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1분기에 각각 83억원, 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교보생명 사옥. 최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손보사 인수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조선DB

◇ 손해보험 사업권 취득이 목적…MG손보 ‘가성비’ 합격점

교보생명, 우리금융 등이 MG손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저렴한 가격에 손해보험 사업권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매물로 거론되는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매각 예상가격이 1조원 이상에 달한다. 반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MG손보는 인수비용이 3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부실 보험사 정리 과정에서 공적 자금의 추가 투입도 기대할 수 있어 비용을 훨씬 아낄 수 있다.

MG손보는 원수보험료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업계 10위권에 간신히 이름을 올릴 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 최근 몇 년간 적자가 누적되는 등 재정건전성도 악화돼 금융 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 때문에 인수를 해도 당장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미 광범위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대형 보험사나 은행권 지주사가 인수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실익이 없어도 MG손보를 인수해 손해보험 시장에 진출한다면, 기존 보험설계사 영업 조직이나 지점을 활용해 계속해서 덩치를 키울 수 있다.

즉, 교보생명이나 우리금융 등의 입장에서는 손해보험 사업권을 얻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더 큰 손보사를 인수하는 것과 최대한 낮은 가격에 작은 보험사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게 별다른 차이가 없는 셈이다.

◇ 예보-JC파트너스 분쟁 장기화할 수도

MG손보 매각이 성사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현재 MG손보를 관리하면서 매각 작업까지 주도하고 있는 예보와 부실금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대주주 JC파트너스의 법적 분쟁이 장기화한다면 인수 후보자들이 다른 매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는 지급여력비율(RBC)이 보험업법상 최소 요구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한다며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JC파트너스는 금융위가 자산과 부채를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평가했다는 등의 이유로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은 다음 달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MG손보의 매각 작업 역시 예보와 JC파트너스가 각각 진행하면서 별도로 인수 후보자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 달 1심 판결이 나와도 패소한 측이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인수 후보자들은 불필요한 법정 공방에 휘말리기보다 적당히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손보사를 사들이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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