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전성기 후 가파른 내리막..‘왕년 에이스’의 끝없는 추락[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반전은 없었다. '왕년 에이스'는 결국 자리를 잡지 못하고 다시 무소속 선수가 됐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7월 24일(한국시간) 트리플A에서 한 우완투수를 방출했다. 올시즌 트리플A 세인트 폴 세인츠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지만 결국 시즌 중반 방출된 우완투수는 바로 31세의 애런 산체스였다.
산체스는 올시즌에 앞서 미네소타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고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지만 부진했다.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산체스는 빅리그 콜업 없이 7월 말까지 뛰었고 24일 방출됐다.
콜업을 바라기 쉽지 않은 성적을 썼다. 산체스는 올시즌 트리플A에서 18경기(16GS)에 등판해 73이닝을 투구했고 4승 4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4월 한 달 동안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2를 기록하며 호투했지만 5월 6경기 평균자책점 4.94로 성적이 떨어졌고 6월에는 월간 평균자책점이 9.47에 달했다.
평균자책점이 다가 아니었다. 산체스는 73이닝 동안 무려 볼넷을 53개(57K)나 허용하는 충격적인 제구 난조를 보였다. WHIP(이닝 당 출루허용율)는 무려 1.74에 달했다. 매 이닝 2명에 가까운 주자를 내보내는 투수를 중용할 팀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체스가 이런 처지가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산체스는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은 선수였다.
1992년생 산체스는 201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경쟁균형A라운드) 전체 34순위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지명됐고 상위 싱글A에 오른 2013년부터 TOP 100 유망주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산체스는 2014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불펜으로 24경기 33이닝을 소화하며 2승 2패 7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1.09의 빼어난 성적을 썼다.
2015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1경기 92.1이닝, 7승 6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한 산체스는 2016시즌 풀타임 선발투수로 30경기에 등판해 192이닝, 15승 2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2016년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올스타에 선정됐고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7위에 올랐다. 당시 산체스의 나이는 24세. 산체스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것 같았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7년 물집과 손톱 부상 등 손가락 문제로 8경기(36이닝, ERA 4.25) 등판에 그친 산체스는 2018년에도 손가락 타박상에 시달리며 20경기 105이닝,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상승세를 타야 할 시기에 부상에 시달린 산체스는 그대로 추락했다. 2019년 23경기에서 14패(3승) 평균자책점 6.07을 기록한 뒤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 된 산체스는 휴스턴 이적 후 흉곽 부상으로 4경기 18.2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고 결국 시즌 종료 후 논텐더 방출을 당했다.
2020년 단축시즌에 불참한 산체스는 2021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해 9경기 35.1이닝,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 했지만 이두근 부상을 당하며 이탈했고 결국 여름에 방출을 당했다. 지난해에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계약했지만 부진(7GS 31.1IP, 3-3, ERA 8.33) 끝에 5월 말 방출됐고 이후 미네소타에 입단했다. 미네소타에서 8경기 28.2이닝,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한 산체스는 9월 DFA된 후 마이너리그에 남았고 시즌 종료 후 FA가 됐지만 1월 다시 미네소타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미네소타는 지난해 산체스가 조금이나마 가능성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산체스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5경기 평균자책점 16.97로 크게 부진하며 빅리그 진입에 실패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부진하며 결국 방출됐다.
원래 제구가 뛰어난 투수도, 탈삼진 능력이 대단한 투수도 아니었지만 볼넷과 탈삼진 비율이 1:1에 가까울 정도의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그야말로 마운드를 맡기기 어려운 수준의 제구를 선보였다. 커리어 초반 평균 시속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던 산체스는 2017년부터 구속이 꾸준히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이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2마일 수준으로 떨어졌다. 구속에 이어 제구까지 잃은 산체스는 더 이상 마운드에서 버티기 어려운 선수가 됐다.
31세가 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산체스는 아직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미 30대에 접어들었다. 냉정히 극적인 부활의 가능성보다는 이대로 추억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더 커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어차피 계약에 묶이지 않은 몸인 만큼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얼마 되지 않는 마이너리거 연봉을 투자하는 팀은 나올 수 있다.
최고의 기대주였지만 전성기는 너무도 짧았고 내리막은 지나치게 가파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산체스를 과연 다시 빅리그 마운드에서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애런 산체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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