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수박을 먹으며, 하이든을 기억하다

관리자 2023. 7. 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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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날씨가 무덥고 습해도 아삭아삭 달콤한 수박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냉장고에 시원한 수박이 없으면 불안해서 밤늦게라도 마트에 갔다 올 정도이지요.

달콤하게 잘 익은 수박처럼 맛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악가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합니다.

무더운 여름밤에는 잘 고른 달콤한 수박과 함께 '하이든의 세레나데'를 들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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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날씨가 무덥고 습해도 아삭아삭 달콤한 수박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냉장고에 시원한 수박이 없으면 불안해서 밤늦게라도 마트에 갔다 올 정도이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냉장고에 수박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단맛을 안으로 품고 품어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똘똘한 수박을 보면, 허름한 듯하지만 내공이 있는 음악가들이 떠오릅니다. 달콤하게 잘 익은 수박처럼 맛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악가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멋진 외모와 현란한 테크닉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진정한 음악의 완성은 보이지 않는 무대 뒤에서의 인품이니까요.

고전주의 시대에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스타 작곡가들이 있습니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그리고 청력을 잃었지만 극도의 절망과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악성(樂聖) 베토벤은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곡가일 것입니다. 이들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존경했던 작곡가로 알려진 이가 있습니다. 바로 ‘하이든(1732~1809년)’입니다. 그는 평생을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전속 음악가로 일하며 작곡과 연주 활동을 했는데, 그 당시 음악가는 요리사나 하인처럼 작업복을 입고 귀족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예속관계가 싫어 모차르트는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음악가로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을 안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하이든은 평생을 귀족의 안정적인 후원을 받으며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의 아내는 가발업자의 딸이었는데 남편의 음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관심조차 없는 여자였습니다. 슬하에 자식도 없었던 하이든은 정신적으로 외로운 음악 생활을 했지만 유머와 재치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연주를 들으면서 졸고 있는 청중들을 깨우기 위해 ‘놀람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2악장에 피아니시모(pp)로 작게 연주하다가 갑자기 팀파니를 포르티시모(ff)로 크게 연주하는 부분이 있는데, 큰소리에 깜짝 놀라 잠자던 사람들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또한 귀족의 휴가에 맞춰 연주 여행을 갔는데 약속한 날짜가 됐는데도 하이든과 연주단을 집으로 보내주지 않자 연주자들이 한명 한명 무대에서 퇴장하는 ‘고별교향곡’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음악을 듣던 귀족은 이러한 퍼포먼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리고 휴가를 마쳤답니다. 이렇게 유머가 있는 하이든은 많은 음악가에게 음악의 아버지 ‘파파 하이든’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았습니다. 하이든의 가장 훌륭한 점은 후배 작곡가들을 항상 격려하고 든든하게 세워줬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를 무대에 올릴 수 있음에도 재능이 있는 후배 작곡가의 작품을 추천하기도 하고, 음악잡지에도 자신의 지면을 내어주며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그래서 하이든의 음악을 들을 때면 더욱 큰 감동이 밀려오는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밤에는 잘 고른 달콤한 수박과 함께 ‘하이든의 세레나데’를 들어보기 바랍니다. 귀에 익숙한 선율이지만 맛있는 수박과 아름다운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새롭고 신선한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기연 이기연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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