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열무 ‘아삭’ 씹으며 국물 ‘후룩’…숟가락질 멈출 수 없네

서지민 2023. 7. 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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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 경북 포항, 제주 등 전국에서 물회가 유명한 곳은 많다.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회 한 사발을 후루룩 먹으면 요즘 같은 무더위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으니 알아주는 미식가라면 이맘때 전국을 순회하며 물회 맛집을 찾아다니곤 한다.

냉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집에서 싸간 열무김치가 금방 푹 익어버렸는데 누군가 여기에 된장을 버무려 시큼한 맛을 잡고 갓 잡아 올린 생선을 회 쳐 넣어 물회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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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밥상] (34) 전남 장흥 ‘된장물회’
최남단 회진항서 뱃사람들이 자주 만들어 먹던 음식
된장으로 김치 시큼함 잡고 갓잡은 생선 회쳐서 넣어
뒷맛 깔끔·시원…청양고추 넣거나 밥 말아 즐기기도
전남 장흥 ‘9미’로 알려진 향토음식 된장물회는 잘 익은 열무김치와 된장으로 맛을 내는데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장흥=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강원 강릉, 경북 포항, 제주 등 전국에서 물회가 유명한 곳은 많다.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회 한 사발을 후루룩 먹으면 요즘 같은 무더위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으니 알아주는 미식가라면 이맘때 전국을 순회하며 물회 맛집을 찾아다니곤 한다. 그중에서도 전남 장흥엔 아는 사람만 아는 이색 향토음식인 ‘된장물회’가 있다.

된장물회는 장흥군 회진면 회진항에서 주로 먹던 음식이다.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남쪽으로 30㎞ 이상 더 내려가야 나오는 최남단 지역. 항구 주변 횟집 골목을 어슬렁거리자 한 어르신이 다가와 “여서(여기서) 들어가봐야 다 된장물회여”라며 “원래는 이쪽서만 먹던 별미인디 입소문이 나브렀는가 장흥 읍내까지 퍼져부렀지”라며 친근감을 보였다. 그는 “장흥 9미(味) 알제? 군에서도 글케 딱 못 박아부렀응께 이제 서울서도 찾아오네잉” 하고 덧붙인다.

이름과 달리 이 물회의 핵심은 된장이 아니다. 잘 익은 열무김치가 맛을 좌지우지한다. 김칫국물의 매콤새콤한 맛이 주인공이고, 집된장의 쿰쿰한 맛이 전체적인 맛의 조화를 잡아준다. 보통 물회를 떠올리면 양배추·상추·깻잎·당근 등 각종 채소를 듬뿍 넣은 걸 생각하지만 된장물회에는 열무 말고 굳이 다른 채소를 넣지 않는다. 기껏 해봐야 매운맛을 더할 양파가 전부다.

이런 요리법은 과거 회진항 주변 뱃사람들이 일터에서 만들어 먹던 투박한 방식에서 유래됐다. 냉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집에서 싸간 열무김치가 금방 푹 익어버렸는데 누군가 여기에 된장을 버무려 시큼한 맛을 잡고 갓 잡아 올린 생선을 회 쳐 넣어 물회로 탄생시켰다.

오늘날 바뀐 거라곤 생선 종류밖에 없다. 지역민들끼리 먹을 땐 망둑어·조기·전어 등 잡히는 대로 썼지만, 이제는 타지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많아 비린내가 적은 광어·도다리·우럭 등을 활용한다.

3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노포 ‘청송횟집’에 들어가 된장물회를 주문했다. 얼핏 보면 맑은 된장국 같기도 한데 큼지막한 얼음이 떠 있어 생긴 것부터 생소하다. 한술 떠먹어보면 구수하면서 뒷맛이 깔끔하다. 싱싱한 광어회와 열무김치를 곁들여 맛을 본다. 아삭하게 씹히는 열무는 특유의 시원한 매운맛을 지니고 있어 입맛을 돋운다.

방미순 대표(66)는 “단골들은 여기에 청양고추 다진 것을 넣어 먹고 주방에 막걸리식초 한 사발을 달라고 혀서 부어 먹드라고”라며 더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한다.

된장물회는 소면보단 밥을 말아 먹는 것이 훨씬 잘 어울린다. 찬밥을 꾹꾹 눌러 밥알에 국물을 배게 한 다음 먹으면 된장의 깊은 맛이 입 안 가득 맴돈다. 다른 물회가 새콤달콤한 맛에 첫술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면 된장물회는 진하고 옹골찬 맛에 끊임없이 숟가락질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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