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조의 만사소통] 다큐멘터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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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틀었다.
빌린 돈 4000만원을 탕감해준다? 솔깃해진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 그래서 개인이 좀더 사람답게 살도록 돕는 것, 이게 다큐멘터리의 힘이자 소통방식이다.
텔레비전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훌륭한 소통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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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제시하는 다큐멘터리
삶에 도움되는 게 그뿐일까
시사·예능 보며 세상과 소통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송
이젠 적극적으로 음미하자
텔레비전을 틀었다. 빌린 돈 4000만원을 탕감해준다? 솔깃해진다. 계속 보게 된다. 아이 셋을 낳으면 탕감해준단다. 엉?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채널 고정이다. 먼저 아이를 낳겠다고 약속만 하면 나라에서 4000만원을 빌려준다.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마다 혜택을 줘서 세명을 낳으면 전액 탕감해준다. 부모는 이 돈으로 집도 짓고, 차도 사고, 생활에 보탠다. 저출생 문제에 봉착한 헝가리의 자구책이다. 최근 EBS에서 방송한 ‘초저출생’ 문제에 관한 다큐멘터리 내용이다.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봤다. 모두 10부작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초저출생의 원인을 사교육을 포함한 자녀 양육비와 도시로의 공간 쏠림 현상, 육아휴직과 단축근무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 문제, 2030세대들의 심리 등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또 스웨덴의 가족보험정책, 프랑스의 강력한 돌봄 정책 등 외국의 모범사례와 함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평소에 저출생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걱정만 했을 뿐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그 와중에 EBS 다큐멘터리가 개인적인 가려움을 긁어줬을 뿐만 아니라 정책당국과 입법당국에도 좋은 정보를 준 것 같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다큐멘터리의 힘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 그래서 개인이 좀더 사람답게 살도록 돕는 것, 이게 다큐멘터리의 힘이자 소통방식이다.
‘사람답게 살도록 돕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다. 다큐멘터리만 그럴까? 우리가 보는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아닐까?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 콧물 다 흘린다. 예능 프로그램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안다. 우리는 늘 방송 프로그램과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 얻는 것들을 잘 까먹는다. 좋은 정보를 얻고, 웃고 울면서 소통하고 있는데 말이다. 나의 삶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잘 잊어버린다.
왜 그럴까? 방송 프로그램을 소극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틀면 나오는 대로 보기 때문이다. 무심하게 채널을 돌리면서 본다. 다시 말해 방송 프로그램 시청에 적극적으로 나를 개입시키지 않는다. ‘내가 보고 싶은 게 뭔지’ ‘나에게 도움 되는 게 뭔지’ 생각하지 않는다. 찾아서 보지 않는다. 나를 갈고닦고, 내 삶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데 말이다. 물론 유튜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해서 텔레비전 말고도 볼 게 많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그저 시간 보내기식으로 본다.
방송 프로그램 편성표는 잘 차려진 밥상이다. 내가 먹고 싶고, 보고 싶고, 또 봐야 하는 반찬들이 즐비하다. 뉴스부터 드라마까지 잘 차려져 있다. 정신적 허기와 오락적 배고픔을 채울 수 있다. 숟가락만 뜨면 된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편성표라는 밥상을 잘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편성표를 찾아보자. 그 속에서 나를 쉬게 하고, 또 공부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혹자는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다. 텔레비전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훌륭한 소통 수단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찾고 음미한다. 그랬더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삶이 재미있다. 언제든 불러낼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뭘 볼까?’ 편성표를 훑는다. “옳지 이거네.”
김혁조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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