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억 vs 7000억…올리브영, ‘시장획정’에 희비갈린다

강신우 2023. 7.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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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의 납품업체 갑질 의혹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 액수를 약 7000억원으로 추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같은 과징금을 부과하려면 심사보고서에 적시한 것처럼 CJ올리브영이 H&B 시장에서 업계 1위라는 시장지배적 지위가 성립돼야 한다.

'시장 획정'을 보는 시각에 따라 과징금이 5억원에서 7000억원까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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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9월 올리브영 전원회의 개최
오프라인이냐 온라인 융합이냐 관건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의 납품업체 갑질 의혹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 액수를 약 7000억원으로 추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는 위법 행위 기간을 토대로 산출한 것으로, 최종 심의 단계인 전원회의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CJ올리브영의 시장 지배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CJ올리브영)
25일 관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월 말 올리브영에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시지남용) 행위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르면 오는 9월 전원회의를 열어 해당 사건을 심의하고 결론낼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이 납품사에 2014년부터 최근까지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 헬스앤뷰티(H&B) 업체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포착했다. 조사 결과 공정위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약 9년 치 CJ올리브영의 누적 매출액(약 12조원·온라인 매출 제외)을 기준으로 70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제8조에는 시지남용 행위를 한 경우 매출액에 100분의 6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명기돼 있다.

다만 이 같은 과징금을 부과하려면 심사보고서에 적시한 것처럼 CJ올리브영이 H&B 시장에서 업계 1위라는 시장지배적 지위가 성립돼야 한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전제가 되는 것은 ‘시장 획정’(시장을 명확히 나눠 정함)이다. 공정위는 쿠팡, 네이버 등 온라인 업체를 제외한 오프라인 매장만 관련 시장으로 보고, 올리브영을 1위 사업자로 규정했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서 H&B 제품을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 △CJ올리브영 내부 문건에 자사를 H&B 시장 1위로 표기한 점 △CJ올리브영이 2014년부터 오프라인 매장 수를 급격하게 늘린 점 등을 근거로 H&B 시장을 오프라인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봤다. 올리브영의 전국 매장 수는 2014년 417개에서 작년말 1289개로 불어났다.

하지만 H&B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온·오프라인 시장에 제한받지 않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으로 시장을 한정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뷰티 시장은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무신사 등 이커머스와의 경쟁구도 속에서 온·오프라인 뷰티 채널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22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면 CJ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12%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처럼 H&B 시장을 온라인으로 넓히면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 경우 단순 갑질 문제를 다루는 대규모유통업법 제13조 배타적 거래강요 금지 위반 혐의가 적용됨에 따라 과징금 산정 방식도 바뀐다. 매출액이 아닌 ‘위반금액’을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거래처별 납품금액을 일일이 살펴야하는 등 산정이 쉽지 않아 정액 과징금 최대 5억원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획정’을 보는 시각에 따라 과징금이 5억원에서 7000억원까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장지배적지위 사업자 판단을 위한 시장획정 요건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쿠팡이 올리브영을 상대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 것도 H&B 제품의 온·오프라인 경쟁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 구매행태가 매장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등 온·오프라인이 점차 융합돼가는 추세”라면서 “그간 공정위가 사건 조사나 심의 과정에서 온·오프라인 시장을 나눠서 봐왔다면, 이제는 좀 더 유연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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