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보다 싸진 LNG… 韓 조선에 득일까 독일까

권오은 기자 2023. 7.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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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이후 초저유황유와 첫 가격 역전
천연가스 값 낮으면 LNG프로젝트 취소될수도

선박 연료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초저유황유(VLSFO) 가격을 2년여 만에 밑돌았다. 국내 조선업계의 효자 선종인 LNG 연료 추진선의 경쟁력이 더 좋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LNG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 LNG 신규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려 발주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선박 연료용 LNG(LNG-380e) 평균 가격은 톤(t)당 465달러를 기록했다. 같은날 로테르담에서 거래된 초저유황유 가격과 비교해 105달러가량 저렴했다. 2021년 4월 이후 가장 큰 가격 역전 현상이다. 보통 LNG가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 측면에서 유리해 초저유황유보다 t당 500달러가량 비싸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 가격이 치솟으면서 선박 연료용 LNG 가격과 초저유황유 가격은 지난해 8월 t당 2900달러 넘게 벌어졌었다. 하지만 미국산 LNG 공급과 중국 경기 둔화로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선박 연료용 LNG 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3660달러를 최고점으로 이달 현재 88% 하락했다.

LNG 연료 추진선은 계속 증가세다. 2018년 전 세계 124척이었던 LNG 연료 추진선(이중연료 포함)은 현재 411척까지 늘었다. 노르웨이 선급 DNV는 현재 발주 추이 등을 고려할 때 2028년에 937척의 LNG 연료 추진선이 운항할 것으로 내다봤다. LNG 연료 추진선은 국내 조선업계의 핵심 일감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 516만CGT 가운데 LNG 연료 추진선은 44.3%(229만CGT)를 차지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 발주가 예정돼 있다.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올해 하반기 ‘카타르 LNG 프로젝트’ 2단계 물량을 주문할 예정이다. LNG 운반선 약 40척이 포함됐다. 미국 LNG 프로젝트 개발업체도 선사들과 LNG 운반선 발주를 논의하고 있다. LNG 운반선 가격 역시 2억6000만달러(약 3300억원)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다만 LNG 가격이 더 떨어지면 LNG 운반선 발주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천연가스를 개발·생산한 뒤 LNG로 변환해 LNG 운반선으로 수송하는 일련의 프로젝트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연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잠비크 로부마(Rovuma) LNG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총 300억달러(약 38조원)를 들여 LNG 개발·생산을 위한 설비를 2020년 상반기부터 지을 계획이었으나, 당시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1MMBtu(열량 단위)당 2달러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투자가 연기됐다.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 액화·가공하는 LNG 가격도 함께 약세일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마다 차이가 크지만, 국제 천연가스 평균 가격이 최소 1MMBtu당 3달러 이상일 때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현재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1MMBtu당 2.8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환경 규제가 빠르게 강화하면서 브릿지(Bridge·중간 단계) 연료인 LNG의 입지가 불투명한 문제도 있다. 유럽연합(EU)의 해운 환경규제 FuelEU 기준으로 순수 LNG 연료 추진선은 2039년까지만 규제를 충족할 수 있다. 선박을 인도받아 15년가량 사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선사들이 주문을 망설일 수 있는 요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고 있어 LNG 운반선 수요가 단기간에 줄지는 않겠지만, LNG 가격이 더 내려가면 신규 프로젝트를 망설이게 될 것”이라며 “LNG에서 점점 암모니아와 메탄올로 전환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LNG선 발주는 2025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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