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보좌관 유출 혐의 군사 정보 700건, 정보위도 손 뻗쳤다니
군사기밀 유출 혐의 등으로 방첩 기관들의 내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 전직 보좌관 A씨가 국방부와 합참 등 군 관련 기관들로부터 보고받거나 열람한 대외비 자료가 700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A씨는 이렇게 수집한 자료들을 정작 의원에겐 보고하지 않고 어디론가 유출한 것으로 의심돼 해고됐다. 그런 뒤에도 같은 당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들어가려고 면접을 봤다고 한다. 만약 내사 사실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이 의원실, 저 의원실을 돌며 국가 안보에 관한 각종 자료를 계속 빼돌렸을 수 있다.
A씨는 해고 직전까지 국방위에서 활동하며 군 기관들에 ‘김정은 참수부대 장비 현황’과 같은 자료들을 요구했다. ‘김정은 참수부대’는 유사시 북한 지도부 제거를 위해 2017년 창설된 특전사 예하 여단을 가리킨다. 지금껏 정확한 부대 규모와 무기 현황이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런데 A씨는 국방부로부터 이 부대에 지급된 기관단총, 저격용 소총, 작전 차량, 특수작전용 무전기 등의 구체적 수량을 보고받았다. 부대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 A씨는 현무 미사일의 비공개 제원과 시험 발사 때 이뤄진 교신 내용도 요구했다고 한다. 누구에게 넘기려고 했는가.
A씨는 엄격한 보안이 요구되는 2급 기밀도 여러 차례 보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규정을 무시하고 메모나 촬영을 시도해 제지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에게 보고하거나 상임위 질의 자료로 사용할 것도 아니면서 무리한 방법으로 자료를 얻으려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사 당국은 A씨가 빼돌린 자료가 무엇인지, 어디로 흘러간 것인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노당 활동을 했던 A씨는 국회에 오기 전 친북 성향 인터넷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며 북한 체제와 김정은을 찬양하는 글을 다수 썼다. 남편은 내란 선동으로 강제 해산된 통진당과 그 후신인 민중당에서 활동했고 2021년엔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런 사람이 2018년 국회에 들어와 5년간 활동했다. 국회 보좌진은 민감한 정부 기밀을 접할 수 있다. 그런 보좌진을 채용하는 우리 국회의 채용 시스템이 지나치게 느슨하다. 취급하는 정보에 걸맞은 수준의 신원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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