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로 폐암 1차 치료 가능… 현장서 약 선택 폭 넓어져”

홍은심 기자 2023. 7. 2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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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렉라자’ 개발 참여한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교수 인터뷰
2차 치료제로 사용하던 폐암 신약, 글로벌 임상으로 ‘1차 치료제’ 허가
기존 치료제와 번갈아 사용 가능… 부작용 걱정 줄일 수 있어 안정적
유한양행, 건보 적용 전까지 약 무료 지원해 환자 부담 낮춰
렉라자 연구 개발에 참여했던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렉라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지난달 말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특정 유전자 변이(EGFR)가 있는 환자를 위한 표적 치료제다. 그동안 국내에선 다른 치료제를 한 번 사용한 환자를 위한 2차 치료제로만 쓸 수 있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때까지 조기 공급프로그램(EAP)을 통해 약을 무료 지원하기로 했다. EAP가 가동되면 환자들은 한 달 600만 원에 이르는 약값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렉라자 연구개발에 참여했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를 만나 렉라자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홍은심 기자= 렉라자는 어떤 환자에게 쓰이나.

안명주 교수=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전체 폐암의 80∼85%에 해당하는 비소세포폐암은 EGFR, ALK, ROS1, KRAS 등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특히 EGFR 돌연변이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중 30∼40%에서 관찰되며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에서 발생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렉라자는 2021년 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LASER301 글로벌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3월 1차 치료 적응증 확대 신청을 했고 허가가 났다.

홍 기자= 렉라자 연구개발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안 교수= EGFR 돌연변이가 발생한 환자를 위해 TKI 억제제가 개발됐다. 하지만 일정 기간 치료제를 쓰고 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이 중 40∼50% 환자는 T790M이라는 또 다른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다. 내성 유전자를 표적하는 약제로 현재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타그리소는 이미 폐암 1차 치료법으로 허가가 됐다. 그러던 중 렉라자가 타그리소와 비슷한 기전으로 개발됐다. 유한양행에서 개발을 시작해 국내에서 첫 1상을 시작했다. 이런 약제들은 보통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개발되는데 렉라자는 국내 연구자에 의해 1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주 초기 용량에서부터 점점 양을 늘려 환자에게 독성이 가장 적으면서 효과가 큰 투여량을 알아보기 위해 1상을 진행했다. 1상 연구는 1년여 정도 걸렸다. 연구 결과를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했고 2상을 시작했다. 2상은 T790M의 내성 유전자가 있는 환자에게 진행했다. 2차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와 보험 급여도 받으면서 2021년부터 렉라자를 진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 허가를 위해 3상 연구인 LASER301 연구를 진행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시아 환자를 포함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했다. 글로벌 임상을 대규모로 진행한 건 한국에선 굉장히 드문 일이다. 유한양행에서 3상을 했고 3상 연구가 작년에 유럽종양학회(ESMO) 아시아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면서 6월 드디어 1차 치료 허가를 받은 상태다.

홍 기자= 렉라자 보험급여 적용은 언제쯤 예상하는가.

안 교수= 급여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다. 아마도 타그리소와 비슷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홍 기자= 그럼 임상 현장에서 렉라자와 타그리소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게 되는 건가.

안 교수= 그렇다. 폐암 치료제도 많이 발전해서 어떤 치료제를 쓰든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1∼2세대 EGFR 치료제도 이레사, 타쎄바, 지오트립 등이 있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환자에게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다. 약제에 따라서 효과는 비슷하더라도 부작용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렉라자와 타그리소 두 약제 모두 뇌 전이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다. 타그리소는 드물지만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환자라면 렉라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 또 렉라자를 쓰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타그리소로 바꿔가면서 치료해볼 수 있다.

홍 기자= 부작용 이야기가 나왔는데 렉라자 부작용은 어떤 것들이 있나.

안 교수= 일반적인 EGFR TKI 억제제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이다. 피부 발진, 피부 건조증, 피부 가려움증 등이 있다.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작용 증상도 일상에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정도다.

홍 기자= 기존 1차 치료제보다 렉라자를 쓸 때 이점이 있을까.

안 교수= LASER301 3상 연구 결과를 보면 1차 치료의 1세대 약제와 지금 3세대 약제를 비교할 때 무진행 생존 기간에 대해 이레사는 9.7개월, 렉라자는 20.6개월로 거의 2배 정도다. 무진행 생존 기간이란 무작위 배정 시점부터 객관적인 질병 진행 혹은 사망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이레사 같은 약제들은 뇌 전이 환자에게서 효과가 작다. 반면 렉라자는 뇌 전이 환자에게서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무진행 생존 기간을 기대해볼 수 있다.

홍 기자= 폐암 치료에 있어 약제 내성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렉라자는 어떤가.

안 교수= 20개월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환자는 내성이 생긴다. 아직 내성 기전에 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타그리소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렉라자든 타그리소든 내성으로 치료에 실패할 경우 현재는 백금 기반의 항암 치료를 표준요법으로 한다. 하지만 30∼40%의 치료 반응이 나오는 얀센의 아미반타맙과 렉라자 병용 요법 외에도 ADC(항체 약물 접합체) 또는 항암 치료 등 여러 약제가 임상시험에 들어가 있다. 결과는 유럽종양학회나 여러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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