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치료’ 양성자-중입자 치료… 암 환자 삶 바꿔놓을 수 있을까
암 부위에만 발사해 치료 효과 크고 피폭량 적어 환자 생존율 증가
간암-소아암 등은 양성자로 치료… 중입자 치료는 전립샘암에 첫 적용
기존 치료와 단순 비교 어려워, 임상 연구 추가해 데이터 쌓아야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입자방사선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와 비교해 암 부위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치료 효과 향상은 물론이고 정상 장기에 대한 피폭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들 치료는 아직 임상 연구 및 개발 연구를 더 진행해야 한다. 임상 근거에 기반해 적응증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중입자 치료는 아직 임상 활용 기간이 짧아 양성자 등 기존 치료 방법과의 차이점을 평가하기엔 축적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
국립암센터 차세대입자방사선치료 연구사업 김학수 사업기술연구팀장은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입자방사선 치료는 3∼9㎜의 작은 빔이 종양 부위에 정확하게 들어가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면서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품질 검증 연구와 입자방사선 치료의 비용 대비 효과 분석,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입자방사선 치료 미국-일본-중국 순으로 많이 해
양성자 치료 기기는 미국이 54대로 가장 많고, 중입자 치료 기기는 일본이 7대로 가장 많다. 국내 양성자 치료 기기는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중입자 치료 기기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동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부산 기장에서 중립자 의료 기기가 건설 중이며 2027년에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김태현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은 “입자방사선 치료 기기가 크기는 작아지고, 고선량을 빠르게 전달하고, 암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사하는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선 이미 입자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고 있으며 한국도 그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 간암-폐암-전립샘암 순으로 많이 시행
대한암학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총 5만4035명, 이 중에 10%에 해당하는 5398명이 양성자 치료를 받았다.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양성자 치료센터장은 “간암, 소아암, 두경부암, 식도암 등 상부 위장관암에서 활발하게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치료를 많이 받는 암 분야는 전립샘(전립선)암(13%), 소아암(12%), 간암(25%), 폐암(14%), 척추종양(5%), 뇌종양(3%), 부인암(4%), 유방암(2%) 등의 순이다”면서 “다만 전립샘암은 보험 적용이 되지 못해 양성자 치료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의 경우 보험 수가는 1000만∼2000만 원 정도로 높지만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그 비용의 5%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비뇨기암과 유방암은 아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중입자 치료, 전립샘암부터 시작해
세브란스병원은 4월 국내 처음으로 전립샘암을 대상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이번 암 정복 포럼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기존 치료법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시간이 짧으면서도 효과가 크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빔을 활용,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중입자 치료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보다 2∼3배가량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센터장도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암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라며 “근거 기반 연구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암은 양성자처럼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현재는 전립샘암만 대상이지만 치료실을 2개 더 오픈하는 내년엔 타 고형암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주로 초기 암 환자가 대상이다. 특히 골·연부 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같은 희소암의 치료는 물론 특히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과 폐암, 간암 등에도 확산할 예정이다.
치료 기간 및 과정은 질병에 따라서 다양하다. 한 번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러 번에 걸쳐서 치료를 한다.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12회 정도로 치료가 필요하며 대부분의 암이 4∼16회 치료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립샘암의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5000만∼5500만 원의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학부모 ‘악성민원’도 교권침해로 명시한다
- [송평인 칼럼]불편한 대통령
- 내가 입을 새 다리 그 꿈 향해 뚜벅뚜벅[장애, 테크로 채우다]
- 헌재,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 전원일치 기각
- [오늘과 내일/이승헌]내년 총선 관전법(2)-‘정치 무간지옥’ 피하려면
- [단독]네옴시티 CEO “수직도시에 韓 철도기술 필요, 시속 400km 고속철도-미래 모빌리티 등 협력”
- IMF, 한국 성장률전망 5연속 하향… 1.5 →1.4%
- 6·25 유엔용사, 한국에 사후안장 19명… 콜롬비아 4명도 추진
- 英참전용사 “6·25때 많은 사람들이 아리랑 불러 國歌인줄 알아”
- ‘1단체에 1사업’ 원칙 깨고… 1곳에 6개 사업 중복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