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48] 임자도 황석어젓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3. 7.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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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삭은 황석어젓

“어린 조기가 아니다. 제대로 이름을 불러 달라.” 황석어(황강달이)가 아마도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면 수없이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생선을 좀 안다는 사람도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 목포나 신안이나 영광 등 황강달이가 많이 나는 곳에서는 깡치, 깡달이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생김새를 보면 꼭 어린 참조기를 닮았지만, 황강달이는 머리에 닭 볏처럼 돋은 돌기가 있다. 겨울에는 남쪽 바다에서 지내다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황해로 올라와 모래와 펄이 잘 섞인 곳을 찾는다. 좋아하는 젓새우나 게 등 작은 갑각류가 서식하는 곳이자 산란할 장소이기 때문이다. 60여 년 전에는 그곳에 조기가 많았다. 이제 조기는 떠난 지 오래되었으니, 황석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소금과 버무린 황강달어, 황석어젓

황석어는 참조기, 부세, 보구치(백조기), 수조기 등과 함께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다. 다른 민어과 어류와 달리 다 자란다고 해도 20센티미터가 넘지 않는다. 배는 황금색을 띤다. 오뉴월부터 칠팔월까지 민물이 드는 기수역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다. 임자도의 전장포, 비금도 원평, 영광 염산 등이 황강달이가 많이 오는 곳이다. 이들 지역은 인근에 천일염전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비금도는 ‘깡달이 파시(고기가 한창 잡힐 때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이 잡혔다. 깡달이는 작다고 무시당하고, 좌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그릇으로 담아 팔렸다. 지금도 다른 생선에 비해서 값이 저렴하지만 맛을 본 사람들이 옆에 조기가 있어도 황석어 철이면 먼저 구입한다.

황석어는 조기보다 작은 탓에 그물코도 작다. 지금은 자루그물을 갯골에 넣어 밀물과 썰물에 맞춰 하루에 네 번 그물을 올려 잡는다. 여섯 시간을 주기로 그물을 털고 세척과 선별, 천일염과 버무림을 반복해야 하니 눈을 붙이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황석어가 무리를 지어 올라오는 계절에는 쪽잠을 자면서 조업을 한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조기처럼 어느 날 발걸음을 뚝 끊는다면 여름철 짭짤한 황석어젓은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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