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샤넬 “불량품 바꾸겠다고? 오른 가격 85만원 내라”
회사원 양모(41)씨는 지난 2018년 루이비통에서 ‘포쉐트 메티스’라는 핸드백을 220만원 정도 주고 구입했다. 2년쯤 지나자 가방에서 고약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양씨는 루이비통에 제품을 보내 불량 여부를 가리는 심의를 받았고, 지난달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루이비통 매장 직원은 양씨에게 “제품 가격이 340만원쯤으로 올랐으니 85만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양씨는 “가방을 잘못 만든 책임은 루이비통에 있는데, 왜 고객에게 돈을 더 내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루이비통·샤넬을 비롯한 일부 명품 업체들이 소비자가 제품 불량으로 상품 교환을 요구할 경우, 구입한 시기와 교환 시기 사이 제품 가격 인상분을 내도록 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해마다 서너 차례씩 가격을 올려온 명품 업체들이 하자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면서 이에 대한 별도 보상을 하기는커녕 제품 가격 인상분을 요구하는 데 대해 황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량품도 “돈 더 내야 바꿔준다”는 명품 업체
소비자들이 악취 문제로 불만을 제기하는 루이비통 제품은 대부분 2018~2019년 생산된 핸드백과 지갑이다. 루이비통 측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환 불가 입장이었지만 소비자 항의와 불만이 잇따르자 1~2년 전부터 심의를 거쳐 상품 교환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도 고객의 보관이나 관리 잘못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 새 제품으로 바꿔주는데, 제품 가격이 오른 만큼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요금을 받지 않기도 한다. 한 고객은 “어이없고 불쾌했지만, 다른 물건을 고르기 귀찮아 그냥 돈을 더 내고 새 제품을 받아왔다”고 했다.
샤넬도 불량 제품을 교환할 때 가격이 오른 만큼 금액을 더 받고 있다. 지난 6일 이용자가 65만명이 넘는 한 명품 커뮤니티 카페엔 ‘샤넬 2.55 미니 가방 심의를 맡겼는데 불량 판정을 받았다. 같은 새 제품으로 교환하려고 하니, 그사이 가격이 오른 만큼 돈을 더 내라는 답을 들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샤넬 매장에서 90만원가량의 차액을 내지 않으면 불량 상품을 교환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샤넬코리아 측은 “고객이 제기한 불량 이슈가 샤넬이 인정하는 범위에 있는 경우 추가 비용 없이 교환하지만, 고객이 제기한 문제가 샤넬이 인정하는 범위 외에 있으면 변심에 의한 교환으로 보고 차액을 받고 교환을 진행한다”고 했다. ‘샤넬이 인정하는 범위’가 무엇이냐고 묻자, ‘내부 유관 부서에서 점검하고 외부 기관의 심의를 통해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고객에게 불량 상품을 교환해줄 때 제품 가격 인상분을 받을지를 회사가 정한다는 것이다.
◇”차액 요구하는 건 명백한 갑질”
디올·까르띠에·반클리프 아펠 같은 대다수 명품 업체는 명백한 실수로 만들어진 불량품일 경우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지만, 단순 변심으로 교환을 원하면 가격 인상분만큼의 차액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명백한 자사 실수’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명품 업체들이 제품 불량 문제로 교환하거나, 색상·크기를 바꾸기 위해 교환할 때 차액을 요구하는 것은 현행 소비자기본법을 어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교환할 때 상품권을 발행한 사업자가 가격 인상 등 어떤 이유로도 소비자에게 추가금을 요구할 수 없고, 구독 서비스 역시 가격이 인상돼도 별도 약정이 없다면 추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구매하고 교환할 때 가격이 오른 만큼의 추가금을 요구하는 품목은 명품 외엔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이 특정 시기 제품을 구매하는 행동 자체가 그 가격에 사겠다는 의사 결정이 있는 것이고, 교환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가격 인상분을 내라는 건 소비자 피해 보상 기준에 맞지 않는 요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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