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웃음을 자아내는… 시대의 초상과 실패한 인간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최근 월례 독회를 열고 이서수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과 정지돈 소설집 ‘인생 연구’를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김병운·신종원·정지아를 비롯해 이달까지 15명이 본심 후보에 올랐다. 앞으로 8·9월 후보 선정을 추가로 거쳐, 본심에 오를 작품을 선정하게 된다.
이서수의 첫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은 주거·고용을 비롯한 지금 시대의 아픔에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을 담담하게 그린다. 김인숙 위원은 “이야기를 쫒아가다 보면 대책 없는 현실만 보이는 게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그 사람 곁에 항상 또 다른 사람이 있다”라며 “온전히 혼자인 사람은 없다. 그래서 소설에 겹이 생긴다. 현실에서 멈추지 않고, 그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겹. 이토록 고단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뜻밖의 온기, 뜻밖의 웃음이 있다”고 했다. 이승우 위원은 “이서수는 절대로 미화하지 않겠다고 작정한 사람처럼 쓴다”라며 “시대의 징후를 읽고, 읽은 것을 드러내는 데 민첩한데, 이는 성찰 못지않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평했다.
정지돈 소설집 ‘인생 연구’는 인간적인 동시에 비인간적 인물들이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균열을 기록한 작품이다. 정과리 위원은 “정지돈의 부적응자들은 대체로 실패한 혁신가들이다. 고루한 현실의 방어에 의해 좌절되었다기보다는, 순수한 의욕 자체가 광기로 돌변한 것”이라며 “’선(善)’이 ‘광기’로 전화하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 감정 상황을 겨냥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동식 위원은 “문학이나 소설이 아니라면 기록이나 기억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인생들이 ‘인생 연구’에 자리 잡고 있다”라며 “인공지능 시대의 여백(margin)을 사고하며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공력이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구효서 위원은 “난독과 실어가 어떤 환유를 이끌어낼지, 이질적인 것들의 파격적인 결합이 어떤 사달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상실과 망각의 와중에 있으며 그런 방식의 있음이 즐거워 한시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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