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오펜하이머’… 여름 극장가는 ‘아이맥스’ 쟁탈전
최근 할리우드에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배우 톰 크루즈가 아이맥스(IMAX)를 놓고 쟁탈전을 벌였다. 놀란의 ‘오펜하이머’가 3주간 독점 상영 계약을 맺으면서 ‘미션 임파서블7′이 아이맥스 상영 기간을 7일밖에 확보하지 못하자 톰 크루즈가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맥스는 “놀란 감독은 오래전부터 아이맥스 카메라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우리에겐 특별한 존재”라고 해명했다.
놀란은 2008년 ‘다크 나이트’부터 꾸준히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하며 ‘무보수 홍보대사’ ’아이맥스의 할아버지’로 불렸다. 다음 달 15일 국내 개봉하는 ‘오펜하이머’ 역시 현존 최고 해상도인 18K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놀란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도 “거대한 화면이 관객의 시야를 가득 채우기 때문에 3D 안경을 쓰지 않아도 3D처럼 느껴진다”며 아이맥스를 극찬했다.
아이맥스는 캐나다 아이맥스사가 개발한 영상 필름 규격 및 영사 시스템으로 국내엔 20개, 전 세계엔 1700여 개 아이맥스관이 있다. 일반관보다 5배 이상 큰 초대형 스크린과 고해상도 화질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어 암표까지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코로나 이후 침체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아이맥스관은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올여름엔 오늘 개봉하는 ‘밀수’를 시작으로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까지 한국 영화 ‘빅4′ 중 3편도 아이맥스로 개봉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이맥스관에 한국 영화가 줄줄이 걸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 상영 일수)를 채우기 위해 아이맥스관에서 규격에 맞지 않는 일반 영화를 틀어야 했던 극장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늘어난 수요에도 그동안 아이맥스 포맷으로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드물었다. 아이맥스 본사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적용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본사 직원들이 직접 한국에 와서 영화를 사전 관람하고 아이맥스 개봉에 적합한지를 결정한다.
일반관보다 티켓 값이 비싸기 때문에 제작비가 얼마인지, 초대형 화면에 적합한 스토리와 비주얼인지, 아이맥스가 인증한 카메라로 촬영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담당하는 리처드 염 시니어 디렉터는 서면 인터뷰에서 “1년에 2~3번 정도 한국을 방문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초기 편집본을 받아 미국 LA 사무실의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시사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맥스관의 영사기가 고장나면 본사 기술자를 불러 고쳐야 할 정도로 엄격한 품질관리로도 유명하다. 2019년 말 용산 아이맥스관 스크린 하단부가 손상됐을 땐, 코로나 유행으로 기술자가 입국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동안 스크린에 금이 간 채 영화를 상영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개는 국내 배급사가 아이맥스에 구애하는 입장이지만, 아이맥스가 먼저 현지 영화를 발굴하기도 한다. ‘신과 함께-인과 연’의 경우 아이맥스에서 먼저 고화질·고음질 아이맥스 포맷으로 변환해주겠다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염 디렉터는 “아이맥스로 개봉할 한국 영화에 대해선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한다”면서 “10여 년 동안 한국 관객 취향을 연구해왔고, 한국의 영화계 전문가들이 아이맥스에 적합한 영화들을 추천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오늘 개봉하는 ‘밀수’ 역시 이 과정을 거쳤다. CG 없이 6m 수조 세트에서 배우들이 직접 촬영한 수중 액션신을 보고 아이맥스팀도 감탄했다는 후문. 배급사 NEW 관계자는 “‘밀수’는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기대작으로 꼽혀 아이맥스와 함께 개봉 시기를 조율했다”면서 “물속에서 흩날리는 배우들의 머리카락을 보고 대단한 기술이라며 CG인지 물어보더라”고 했다.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의 신작인 ‘더 문’ 역시 다음 달 2일 아이맥스로 개봉한다. 영화는 아이맥스 인증을 받은 카메라인 아리 알렉사 65로 촬영했다. 우주 배경의 SF 영화인 만큼 처음부터 초대형 화면을 염두에 두고 아이맥스 상영관에 맞는 1.9:1 비율로 찍었다.
‘아이맥스의 할아버지’ 놀란 감독이 추천하는 아이맥스관 명당은 중앙과 가까운 뒷자리. 놀란은 최근 인터뷰에서 “일반관에서 볼 땐 스크린과 가까운 세 번째 줄 중앙, 아이맥스관에서 볼 땐 중앙선 바로 뒷줄에 앉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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