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33] 모히토와 몰디브
딱히 명대사가 아닌데도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 한잔?”이라는, 주인공 이병헌의 어이없는 말실수가 관람객들을 두고두고 웃게 만든다. 모히토와 몰디브 두 단어가 뒤바뀌었다.
하지만 인도양의 몰디브 사람들은 모히토를 마시지 않는다. 주원료인 럼이 중남미 술이기 때문이다. 사탕수수를 증류해서 만드는 럼은 값이 싸고 독하다. 유럽에도 럼과 비슷한 서민용 독주가 있다. 그라파다. 그라파는 와인 찌꺼기를 증류해서 만든 재활용 와인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그라파를 마시고 취하지 않는다. 디저트로 약간 입을 축일 뿐이다.
부자들은 고급 와인을 마시며 맛, 향, 빛깔, 품종, 생산 지역과 연도를 두루 따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마디 했다. 와인 한 잔을 마셔도 이것저것 죄다 따지는 고상한 사람들이 거액을 투자할 때는 싸구려 그라파에 취하는 서민이 된다고 꼬집었다. 지구 환경은 팽개치고 눈앞의 수익률만 좇는다는 꾸짖음이다.
1965년 오늘 몰디브가 영국에서 독립했다. 오늘날 몰디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1000여 섬으로 구성된 몰디브는 가장 높은 곳도 해발 2미터를 못 넘는다. 큰 파도라도 닥치면 온 나라가 물에 잠긴다. 더 큰 걱정은 기후변화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어 조만간 수몰될 처지다. 온 국민이 ‘노아의 방주’를 타고 인도, 스리랑카, 호주로 집단 이주하는 계획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몰디브의 고민은 남 일이 아니다. ‘수퍼 엘니뇨’ 현상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물난리가 심상치 않다. 엘니뇨는 ‘아기 예수’라는 뜻이다. 19세기 말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가 사라지자 어부들이 고향을 등지고 떠나면서 그것을 예수가 준 선물로 받아들였다. 일종의 블랙 유머다. 지금의 기상 이변은 19세기 말보다 훨씬 심각해서 그런 블랙 유머를 즐길 여유조차 없다. 당장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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