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지 프리드먼의 예견과 對폴란드 방산 수출
지난 13~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순방 행사에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방위산업진흥회는 대한민국 700여 개 방위산업체와 관련 업체로 구성된 사단법인이다. 폴란드로 향하면서 문득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는 조지 프리드먼의 저서 ‘100년 후(The Next 100 Years)’가 떠올랐다. 그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견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정학적 특성을 가진 폴란드가 쇠퇴하고 있는 독일을 대신해 미국의 지원을 받아 21세기 중에 독일보다 강력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접경국으로서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인도적으로 적극 지원하는 유럽의 최대 거점국으로 역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과 폴란드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124억달러에 달하는 무기 수출 계약을 진행했고, 현재는 추가적인 대규모 수출 협의를 마무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10년간 연간 총 방산 수출 규모가 20억~30억달러임을 고려할 때 폴란드에 대한 방산 수출은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이정표임이 틀림없다. 지금 진행 중인 협의들이 완료되면 폴란드군이 필요로 하는 주요 무기 체계 대부분이 한국산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미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고,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정부와 기업의 진정성 있는 노력의 결과이다.
폴란드 대통령이 주최한 대통령궁 공식 만찬에서 양국 정상이 ‘연대의 정신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가자’라는 의미의 “솔리다르노시치(solidarność)”를 제창하는 모습에서 두 나라의 협력이 방산뿐만 아니라 원전, 양극재, IT 등 미래 첨단 산업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고, 최대 2조달러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거대한 문이 열리고 있는 현장을 벅찬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방산 수출의 경우 정부를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985년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에 총 830억파운드(1300억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이 있었다. 당시 영국이 강력한 후보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최종 계약을 이끌어 낸 데는 사우디를 방문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20년간 지속된 이 계약으로 영국은 무기 판매 대금으로 현금이나 차관이 아닌 하루 최대 60만 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공급받았다. 후에 ‘은밀한 거래’라는 논란이 있었음에도 영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규모의 무기 수출이었고, 이를 통해 영국은 사우디와 외교적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한편, 수만개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장기적으로 원유 공급을 확보했다. 이처럼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국가지도자의 안목과 결단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폴란드 순방과 방산 수출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프리드먼이 예견한 유럽의 거점 폴란드를 확보할 수 있었고, 나아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허브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노력은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 비전을 달성하는 데에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자주국방’을 외친 지 어언 54년, 이런 시대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그저 감개무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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