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만회 못하고… 여자축구 콜롬비아에 완패

시드니/김민기 기자 2023. 7.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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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투지(鬪志)는 충분했다. 하지만 실수 후 내준 흐름을 되찾지 못했고, 결국 골은 터지지 않았다.

콜린 벨(62)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25일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콜롬비아와 벌인 ‘2023 FIFA(국제축구연맹)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2로 패했다. 대회 전 H조는 ‘1강 2중 1약’으로 분류됐다. 강호 독일(세계 2위)은 전날 모로코(72위)를 6대0으로 완파했다. 한국(17위)과 콜롬비아(25위)가 2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두 팀의 1차전에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한국 역시 첫 경기 승리로 16강 진출 희망을 키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날 패배로 30일 모로코전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대회에선 각 조 1·2위 팀이 16강으로 진출한다.

16세 최연소 출전 페어 - 25일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한국 케이시 유진 페어(왼쪽)와 콜롬비아 카롤리나 아리아스가 공을 다투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초반 흐름은 좋았다. 공격수부터 압박에 나섰고, 슈팅을 연이어 몰아쳤다. ‘콜롬비아가 대회 개막 전 비공개 평가전에서 거칠게 플레이해 경기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려도 나왔는데, 오히려 한국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몸싸움에 나섰다. 상대가 공을 빼앗으면 빠르게 따라붙어 몸을 밀어넣었다.

하지만 잇따른 실수가 아쉬웠다. 전반 30분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 골을 허용했고, 9분 뒤 골키퍼 윤영글(36·BK 헤켄)이 상대 린다 카이세도(18·레알 마드리드)의 슈팅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골라인 안으로 넘겼다. 흐름이 넘어간 채 후반이 시작됐고, 벨 감독은 박은선(37·서울시청), 강채림(25·인천현대제철), 문미라(31·수원FC) 등 공격진을 연이어 투입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한국은 오히려 상대 저돌적인 돌파에 고전했다. 카이세도, 마이라 라미레스(24·레반테) 등 콜롬비아 스타 플레이어는 측면을 파고들며 한국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들은 한 번에 한국 선수 4~5명을 끌고 다니기도 했다. 한국은 후반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슈팅 수(5-17), 점유율(30%-38·경합 32) 모두 밀렸다. 경기 후 지소연(32·수원FC)은 “작은 실수 후 골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벨 감독은 “아쉽지만 패배 역시 축구의 일부고 주눅 들지 말아야 한다. 지금 생각할 상대는 독일이 아닌 모로코”라고 말했다.

‘혼혈 신성’ 케이시 유진 페어(16·PDA)는 이날 후반 33분 교체 출전, 역대 남녀 월드컵 최연소 출전 기록(16세 26일)을 세웠다. 페어는 “국가대표로 나서 자랑스럽고, 영광”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은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전을 이어갔다. 시드니에 사는 박수정(32)씨는 “한 달 전쯤 워킹홀리데이를 왔는데, 월드컵 소식을 듣고 친구와 바로 표를 샀다. 한국이 호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경기 전 한국 교민들은 북·꽹과리를 치고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 지소연은 “팬께 너무 죄송하다. 2차전에선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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