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24] 공무원을 위한 세금과 징벌
“그는 절망적인 운명과 싸우겠다는 즉각적이고도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다시 참된 인간이 되자. 내일은 시내로 나가 일자리를 구해야지. 이 세상에서 떳떳한 사람이 되어 보는 거야. 그는 누군가 자기 팔을 잡는 걸 느꼈다. 돌아보니 틀림없는 경찰의 얼굴이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나?’ 경찰관이 물었다. ‘뭐 별로.’ 소피가 대답했다. ‘그럼 따라와.’ 경찰관이 말했다. 이튿날 아침 즉결 재판소의 치안 판사가 판결했다. ‘징역 3개월.’”
-오 헨리 ‘경찰관과 찬송가’ 중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세금 확보에 혈안이다. 한 마리에 10만원, 두 마리면 깎아서 15만원의 반려동물세가 좋겠다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인구 절벽 시대라지만 자식이 없는 가구엔 무자녀세, 싱글세를 부과하자고 한다. 난임, 불임 부부는 제외한다는데 산부인과 검사를 강제할 작정일까. 부부가 동침을 했는지 안 했는지, 결혼은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증명하라 할 속셈일까.
경찰은 스쿨존 과속 차량을 강제로 정지시키거나 바퀴를 펑크 내는 차단막과 쇠말뚝 같은 장치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어린이 안전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강제 급정거로 운전자가 다쳐도 괜찮을까. 범칙금 10만원도 모자라 개인 재산을 국가가 파손해도 될까? 2차 사고나 교통 정체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제어 능력을 상실한 차가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누구 책임일까?
노숙자 소피는 한겨울 추위와 배고픔을 면하려고 감옥에 갈 계획을 세운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도망치고, 상가 유리창에 돌을 던져 깨뜨려도 경찰은 못 보거나 외면하거나 알고도 체포하지 않는다. 신세를 한탄하며 걷던 그는 교회 앞에서 찬송가를 듣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때 부랑자라는 이유로 경찰이 소피를 체포하고 판사는 감옥행을 선고한다.
우리나라에는 세금으로 운영되고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과 117만1400명이 넘는 공무원이 있다. 그들이 제안한 시스템이 법이 되면 국민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무능한 공권력은 꼭 필요할 때는 모르는 척하다가 세금과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죄의 가능성에 철퇴를 가한다. 그래도 아직은 역사책이나 해외 토픽에서 본 곤장이나 주리 틀기, 침실세, 창문세, 호흡세 같은 법이 없는 것을 위안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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